"라면부터 미사일까지"…50돌 현대코퍼, 사상 최대 실적 향해 순항

상반기 영업익 1090억…범현대가 넘어 에너지·로봇 사업 다각화
강소기업 투자해 해외 판로 개척…계열 분리 10년 만에 결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영국 랭커셔주 2공장 전경.(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제공)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한다. 상반기에만 1090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정몽혁 회장이 신년 행사에서 제시한 연간 '영업이익 2000억 원' 목표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는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HD현대그룹 전신)에서 계열 분리돼 독립경영에 나선 지 10년 만의 성과다. 앞으로 승용차·철강·석유화학 등 기존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에너지·로봇 등 신사업에 집중 투자해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트레이딩으로 쌓은 수익성, 창립 50년 사상 최대 실적으로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2058억 원으로 전년(1401억 원) 대비 46.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연초 제시한 '영업이익 2000억 원' 목표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629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오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조 3536억 원, 4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품가격 강세와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력 사업 부문인 철강과 승용차, 에너지상용 부품 등을 중심으로 기계 인프라와 석유화학 부문 등에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에너지상용 부품 부분은 북미 시장에서 노후 그리드 교체에 따른 배전 변압기에 대한 높은 수요가 지속되면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중동 전쟁의 반사이익을 꾸준히 누리고 있다. 유류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선박용 연료인 벙커링 수요가 급증한 데다 유가 상승으로 중개 거래의 중요성도 커지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영업이익률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강 부문은 북미 시장의 회복과 인도 및 유럽향 철강 거래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기계 인프라 부문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의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관련 매출이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524억 원 규모의 화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사업이 대표적이다. 2024년 8월 수주해 최근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라오스·이집트 등에서도 추가 EDCF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 확대 가능성이 있다.

강소기업 투자에서 제조업·에너지·로봇까지 사업 외연 확장

현대코퍼레이션은 범현대가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 성장 가능성이 큰 강소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해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방식이다. 이는 정 회장이 강조해 온 사업 확장 전략의 한 축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이 2019년 투자한 경북 청도의 버섯 생산업체 '그린합명'은 대표 상생 사례로 꼽힌다. '그린피스 농장'으로 알려진 그린합명은 네덜란드·영국·독일 등에서 합작회사와 유통회사를 운영했지만,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관리할 조직이 부족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그린합명에 지분을 투자하고 해외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활용해 공동으로 '동양버섯'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영국과 호주에서 직접 재배한 버섯을 현지 유통업체에 납품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3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 유산균 포스트바이오틱스 전문 기업 '베름' 역시 현대코퍼레이션과 함께 해외 판로를 개척해 원료 및 완제품을 미국·캐나다·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에 납품 중이다. 베름은 1995년 일본 최대 건강식품업체 야쿠르트에서 분사한 뒤 2014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이전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 일본 베름의 100% 자회사였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의 투자를 계기로 국내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 같은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자동차 부품 제조사 '시그마'(현 루치노바)의 경영권을 인수, 제조업에도 진출했다. 시그마는 현대차·기아 등 30여 개 차종에 무드 조명, 전장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부품 트레이딩은 외부 공급업체에서 생산된 부품을 매입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중개·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그마 인수를 통해 부품을 직접 제조하면서 기존 트레이딩에서 제조·판매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상사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에너지, 로봇 등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기자동차 충전 등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제조기업 '이온어스'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동반 진출 방안을 지속 모색 중이다. 2023년 사업 목적에 '산업·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 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 추가하고 이달 중순 로봇 부품업체 로보터스에 81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국내외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발굴해 지분 투자부터 합작법인 설립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다 판다'는 종합상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협업 분야에는 경계가 없어서 에너지와 로봇 등 낯선 영역에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