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대신 출근길"…반도체·제철·석화공장 추석에도 24시간 가동
삼성·SK하이닉스 팹 교대근무…전력·초순수·클린룸 상시 관리
포스코 고로부터 압연까지 조업…석화공장, 설비 중심 운영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3000만 명이 귀성길에 올랐지만 고향이 아닌 회사로 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도체 팹과 제철소 고로, 석유화학 공장처럼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출근길을 선택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웨이퍼가 이동하는 반도체 클린룸부터 1500도 안팎의 쇳물이 흐르는 고로, 고온에서 원료를 분해하는 석유화학 설비는 계속 돌아간다. 가동을 멈추면 생산 차질은 물론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교대근무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명절과 주말에 관계없이 24시간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생산·설비 담당 인력과 기반 시설 관리 인력이 교대로 근무하며 공정 상태를 살핀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청주 사업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팹에서는 웨이퍼가 여러 장비를 오가며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한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뒤따르는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장비와 생산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 장비뿐 아니라 전력과 물, 공정용 가스 공급시설이 함께 돌아가야 한다. 웨이퍼 세정에는 불순물을 극도로 제거한 초순수가 쓰인다. 작은 먼지나 입자가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클린룸의 온도와 습도, 공기 청정도도 일정하게 관리한다.
재난이나 설비 이상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국내 전 사업장은 사업연속성관리체계의 국제표준인 'ISO 22301' 인증을 받았다.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고 신속하게 복구해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대응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제철소에서도 명절과 관계없이 조업이 이어진다.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는 고로 가동을 위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쇳물 생산부터 제강·연주·열연·냉연·도금에 이르는 공정 특성상 매년 명절 연휴에도 직원들이 교대근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고로는 철광석과 코크스 등을 투입해 1500도 안팎의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계획된 정비나 개수 작업 등을 제외하면 장기간 연속 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업 차질로 내부의 쇳물이 굳는 상황까지 이어지면 설비 복구와 재가동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제강, 일정한 형태로 굳히는 연주 공정을 거친다. 이후 제품에 따라 열연·냉연 등 압연과 도금 공정으로 이어진다. 쇳물을 만드는 현장뿐 아니라 후속 공정에서도 교대근무가 필요한 이유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역시 고로를 중심으로 상시 조업체계를 운영한다. 함께 갖춘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이는 방식이어서 고로보다 가동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같은 제철소 안에서도 수요와 재고, 정비 일정에 따라 설비별 운영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는 가동 중인 연속공정을 중심으로 현장 근무가 이어진다. LG화학 여수·대산공장과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에 있는 납사분해시설(NCC)이 대표적인 설비다.
NCC는 납사를 고온에서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만든다. 원료 투입부터 분해·분리까지 공정이 이어지고, 생산한 원료는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후속 공장으로 보내진다. 설비를 멈추거나 다시 가동할 때 여러 공정의 운전 조건을 함께 조정해야 해 짧은 명절 연휴에 맞춰 가동을 중단하기는 어렵다.
현장 인력은 공정 온도와 압력, 원료 공급 상태를 살피며 이상 상황에 대비한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종합방재센터에서 공장을 24시간 감시하고 공장별 비상 대응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화재와 가스 누출 등에 대비한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과 설비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속 가동이 필요한 공정은 명절이라고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자동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생산시설에서는 연휴에도 주로 컨트롤룸에서 가동 상황을 살피고, 현장 설비는 당직 인력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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