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손 "산업 부문 매출 비중 33→50%…3년간 2.4조 원 투자"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요시다 대표 방한해 중기 경영계획 발표
프린팅 의존 낮추고 잉크젯·마이크로디바이스·로보틱스 육성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 9. 22/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세이코엡손이 앞으로 3년간 2800억 엔(약 2조 4000억 원)을 투자하고 2035년까지 현재 30% 수준인 상업·산업용 프린팅과 로봇 매출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산업용 잉크젯과 로보틱스 등 '기업 간 거래'(B2B)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엡손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26~2028년 제1차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장기 비전 '설계된 미래 2035'(ENGINEERED FUTURE 2035)도 함께 공개했다.

세이코엡손은 현재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프린팅 사업을 수익 기반으로 유지하면서 산업용 잉크젯과 마이크로디바이스, 로보틱스 등 산업 사업을 키워 10년 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산업 영역에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2028년 성장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전략 투자에 총 2800억 엔(약 2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프린팅 70% 사업구조 바꾼다…산업 매출 절반 목표

세이코엡손은 프린터와 프로젝터 등 완제품 중심으로 알려진 사업 영역을 산업용 부품과 소재, 자동화 분야로 넓힐 방침이다. 지난 80여년간 축적한 고효율·초소형·초정밀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요시다 대표는 "프린터와 프로젝터 완제품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 기술이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적용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세이코엡손 매출의 약 70%는 종이 인쇄 수요에 대응하는 프린팅 사업에서 나온다. 앞으로는 '정밀 혁신'(Precision Innovation)과 '산업·로보틱스'(Industrial & Robotics)를 묶은 산업 영역의 비중을 키울 계획이다.

정밀 혁신에는 산업용 잉크젯 설루션과 마이크로디바이스, 고기능 소재 등이 포함된다. 산업·로보틱스에서는 상업·산업용 프린팅과 로봇 응용 기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산업 영역의 매출 비중은 현재 33%에서 2035년 50%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전체 사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서 70%로 높일 계획이다. 전체 매출 목표도 현재 약 1조 4000억 엔에서 2035년 1조 7000억 엔 이상으로 잡았다.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수평 다관절 방식의 '스카라'(SCARA) 로봇과 6축 로봇을 중심으로 국내 전자·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추진한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반복 작업이나 정밀 작업을 자동화하는 수요를 겨냥해 국내 기업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AI 성능 향상으로 데이터 처리량과 통신 속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세이코엡손은 수정 원재료의 제조·가공부터 반도체와 수정 디바이스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어 데이터센터와 서버, 고속통신 시장에서 고정밀·저전력·소형 제품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요시다 대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분야에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통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비되는 전력도 많아진다"며 "엡손은 데이터 전송과 서버, 데이터센터 등 고정밀 타이밍이 요구되는 영역에 대응하면서 저전력과 소형화를 함께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와 자원,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지역과 산업, 현장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답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 해답은 이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간담회에서 2035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6. 9. 22/뉴스1 황진중 기자
성장·전략 투자 2800억엔 계획…'수익성' 중심 경영

세이코엡손은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2026~2028년 3년간 성장 영역에 1800억 엔(약 1조 5400억 원)을 투자한다. M&A 등을 위한 전략 투자에 1000억 엔(약 8600억 엔)을 별도로 배정해 총 2800억 엔(약 2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경영 기준도 '투하자본수익률'(ROIC) 중심으로 바꾼다.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 투입한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는지 따져 투자와 사업 운영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2028회계연도 목표는 매출 1조 5000억 엔, ROIC 8%,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매출액영업이익률'(ROS) 8%다. 산업 영역이 전체 사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회계연도 45%에서 2028회계연도 60%로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운영체계와 공급망, 고정비 구조도 손질한다. 2026~2028년 누적 260억 엔의 수익 개선을 추진하고 재고와 투하자본을 줄여 자본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요시다 대표는 "수익 기반을 개혁하고 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며 자본 효율과 주주환원을 높이겠다"며 "투자와 구조개혁, 사업 운영을 투하자본수익률로 평가해 엡손의 변화와 성장을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엡손 대표이사(왼쪽부터)와 통역가,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2026. 9. 22/뉴스1 황진중 기자
한국엡손 지난해 매출 2276억 원…전년比 28% 증가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엡손도 세이코엡손의 사업구조 재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잉크젯과 로보틱스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에 나선다.

한국엡손은 '2025회계연도'(FY25)에 매출 2276억 원을 기록해 전년 1776억 원보다 약 28% 성장했다. 정밀 혁신 부문은 전년 대비 205%, 산업·로보틱스 부문은 24% 성장했다.

사업별 매출은 오피스·홈 프린팅 653억 원, 비주얼·라이프스타일 545억 원, 정밀 혁신 541억 원, 산업·로보틱스 370억 원이다. 정밀 혁신에서는 잉크젯 설루션을 기반으로 프린트헤드 사업을 확대했고 산업·로보틱스에서는 디지털 프린팅과 자동화 분야로 적용처를 넓혔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이사는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고객과 산업이 직면한 과제에 엡손의 기술을 활용한 설루션을 제공하면서 우리나라 시장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의 30년에도 우리나라 고객과 산업,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