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루체 '니가 거기서 왜?'…삼성디스플레이 사옥 1층 점령
'루체'에 패널 4종 단독 공급…용인 사옥에 협업 전시
화면 두 장 사이에 실제 바늘 결합…고급 차 맞춤 설계로 차별화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 사옥 로비 명당자리를 페라리가 차지했다.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에 탑재된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서 쌓은 정밀 가공·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고급 차의 독창적인 실내 디자인을 구현하며 차량용 OLE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코리아는 이날부터 23일까지 경기 용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옥 로비에서 루체와 주요 디스플레이 부품을 전시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루체에 OLED 4종을 단독 공급한 기술 협업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다.
전시 공간에는 밝은 색상의 페라리 차량이 자리 잡았다. 대형 전광판과 노란 안내판에는 '페라리 루체'(Ferrari Luce) 문구가 표시됐고, 차량 옆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이름을 내건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전시물을 나란히 배치해 두 기업의 협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페라리는 2023년 4월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 페라리 고객 행사 '피날리 몬디알리'에 참가해 OLED 기술을 소개하며 협업을 이어왔다.
이후 협업은 루체용 OLED 4종 단독 공급으로 구체화했다. 운전석 계기판에 12.9형과 12형, 중앙 제어 패널에 10.1형, 뒷좌석 제어 패널에 6.3형 제품이 들어간다.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계기판부터 공조·미디어 조작 화면까지 담당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운전석 계기판이다. OLED 두 장을 겹친 뒤 위쪽 화면에 원형 구멍 3개를 뚫어 아래쪽 화면의 눈금과 정보를 보여준다. 화면 사이에는 실제로 움직이는 바늘을 배치했다. 디지털 화면의 선명함을 살리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계기판의 입체감을 구현한 구조다.
이를 뒷받침한 기술은 화면에 큰 구멍을 내는 '빅 홀' 가공이다. 루체 계기판의 구멍 지름은 약 100㎜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9년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한 지름 5㎜의 카메라용 구멍보다 크게 확장됐다. 절단면으로 습기와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막고, 전기 신호가 구멍을 우회하면서 생기는 왜곡과 지연을 줄이는 정밀 설계가 뒷받침됐다.
페라리와의 협업은 화면을 자동차 디자인에 맞춰 가공할 수 있다는 OLED의 장점을 보여준다. OLED는 별도 광원인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얇게 만들기 쉽고, 곡선이나 비정형 형태로 설계할 수 있다.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구현하려는 고급 차에 잘 어울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런 가공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는 OLED 화면에 만든 구멍에 기어 변속용 다이얼과 에어컨 송풍구를 배치한 시제품을 공개했다.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최대 15.5형까지 늘어나는 세로형 슬라이더블 화면을 선보이며 차량 내부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하반기 중국 패널 업체의 차량용 액정표시장치(LCD)·OLED 디스플레이 출하량 점유율이 65.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59.0%보다 6.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라리 공급 이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다른 완성차 고객을 확보할 때 기술력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을 기대된다. 고객이 원하는 계기판 구조를 설계 단계부터 함께 구현하는 역량이 고급 차 시장의 차별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패널을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구현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페라리와 같은 고급 차 브랜드에 맞춤형 OLED를 공급한 경험은 향후 프리미엄 완성차 고객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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