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 지역 고유 콘텐츠로 연결해야…국내 관광산업 도약"

한경협, '지역경제 활력 제고 위한 관광 법·제도 개선' 세미나
인구감소지역 관광재생특구 지정·로컬 IP 투자펀드 조성 필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음식, 영화, 음악, 뷰티 등 K-컬처의 글로벌 열풍과 지역 고유의 매력을 관광 자원으로 연결한다면 국내 관광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K-컬처 열풍을 기회로 삼아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지역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지역으로 확산해 각 지역이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목적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관광 법·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국내 지방 관광이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콘텐츠 자산으로 개발한 일본 나오시마와 설국관광권을 사례로 제시했다. 나오시마는 제련 산업 쇠퇴로 낙후된 섬이었으나 민간이 장기간 예술·건축 콘텐츠를 투자해 방문객의 84.7%가 숙박까지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 설국관광권은 폭설이라는 제약을 지역 문화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3개 현 7개 시정촌을 광역 DMO로 묶은 결과 관광객이 2박 3일 이상 머무는 관광권이 됐다.

DMO는 지방자치단체·기업·주민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를 연결해 관광자원 발굴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지역관광 추진 조직이다.

두 번째 사례로 국제행사 인프라를 활용한 아이치현 지브리파크를 짚었다. 신 교수는 "2005년 국제박람회 부지에 지브리라는 글로벌 콘텐츠 IP를 결합하고 지자체·콘텐츠 기업·미디어가 기획 단계부터 협력한 결과 2024년 방문객 약 294만 명, 연간 경제적 파급효과 약 710억 엔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지역관광은 우수한 자연·문화자원을 보유하고도 지자체별 사업이 분절되고 공공 주도형 개발에 의존하고 있어 숙박과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행사 시설 역시 콘텐츠 IP와 장기 운영계획이 부족해 행사가 끝난 뒤 유지·관리 비용이 지방자치단체에 전가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지역 고유의 로컬 IP 개발을 위한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이 기획·투자·운영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인구감소지역의 '관광재생특구' 지정을 통한 입지 규제의 선별적 완화, 체류형 관광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 국제행사 유치 단계부터의 사후활용 로드맵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로컬 IP는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역사·장소성 등을 바탕으로 개발해 관광상품·브랜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콘텐츠 자산을 말한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컬처에 대한 관심을 지역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채 선임연구위원은 K-팝, 드라마, 영화에서 시작된 K-컬처의 글로벌화가 음식, 뷰티, 패션 등 한국인의 생활양식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실제 방한 관광수요로 전환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성과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관광 활성화가 서울에서 추진하는 K-팝 아레나, 대형 콘서트, 콘텐츠 시설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각 지역이 가진 산업, 음식, 문화 등 고유자산을 발굴해 '왜 이 지역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관광이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중심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지역 소도시로 확산하고 있듯이 한국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에서 '각각의 도시를 선택해 찾아가는 지역 도시 관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행정 주도 아닌 민간 중심으로 지역관광 생태계 전환해야"

이훈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지역 관광이 행정 주도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기업과 지역인재가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최동석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산업본부장은 "K-컬처의 지방 관광 확산은 소도시 콘셉트를 권역별 체류 동선으로 묶어내는 기획력에 달려 있다"며 "공공 주도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 민간기업과 지역인재가 상생하는 지방 관광 로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두현 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는 "지역 관광정책의 패러다임을 '행정 주도'에서 '기업 중심'으로 전환해 시장원리에 따라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수도권 대형 여행사 중심의 모객 인센티브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여행사와 관광 스타트업, 로컬 관광 전문인력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수 한경협 민생경제팀장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이 적극 참여하는 지역브랜드 구축이 중요하며 이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 DMO 역량 강화, 주요 지방공항의 인바운드 거점 공항화, 글로벌 OTT와의 협력을 통한 지역 협력 확대 등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