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외부 안전진단 도입한다…유족 항의에 기자회견 취소(종합)

전 사업장 외부 진단·안전보건실 신설…긴급 개선 '선조치 후보고'
유가족 "사전 협의 없는 기자회견 안돼"…경영진 회견장서 발길 돌려

21일 경기도 성남시 HL만도 판교사옥에서 열린 고 김승모 씨 사망 사건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안전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 사과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돌아서 가고 있다. 2026.9.21 ⓒ 뉴스1 박기범 기자

(성남=뉴스1) 박기범 박종홍 기자 = HL만도가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외부 진단을 실시하고, 개선 사항에 대해선 특별 예산을 편성해 대응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한 본사에 안전보건실을 신설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HL만도(204320)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종합 안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HL만도는 "안전보건 조직·관리체계·현장의 실행과 투자·안전 문화 전반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종합 안전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22일 낮 12시 50분쯤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고(故) 김승모 씨가 부품 가공 기계를 점검하다 기계와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 사업장 외부 안전진단·안전보건실 신설…긴급 개선 '선조치 후보고'

먼저 HL만도는 전 사업장의 안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외부 안전 전문기관과의 합동 전수진단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지적 사항은 로드맵을 수립해 일괄 개선한다. 내부 안전점검 체계도 강화해 발견된 위험 요소는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추적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안전 투자도 확대한다. 특별안전진단에 따른 개선 사항은 특별예산을 편성해 신속하게 조치하고, 긴급 현장 개선 시 기존의 사전 품의 절차 대신 '선조치 후보고' 체계를 도입해 대응 속도를 높인다. 공장 내 인체 감지 CCTV와 이동형 CCTV 등 스마트 안전관리 장비도 현장에 도입한다.

조직 및 전문인력 재편도 이뤄진다. HL만도는 본사에 안전보건실과 안전진단파트를 신설하고 안전 인력을 충원한다. 기존 사업장 안전환경팀 소속 안전보건파트는 '안전보건팀'으로 분리·격상해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사 협력 및 협력사 지원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현장 점검과 위험성 평가에 노조를 참여시키고, 노사 대표가 함께하는 안전 최우선 선언 및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안전 투자 여력이 부족한 협력업체에는 현장 점검 지원과 함께 실질적인 안전 자립 투자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계층별 맞춤 안전교육 확대, 주기적인 안전의식 수준 진단, 안전보건 위험 신고센터 활성화 등을 통해 현장의 실행력을 높일 예정이다.

21일 경기도 성남시 HL만도 판교사옥에서 열린 고 김승모 씨 사망 사건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안전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1 ⓒ 뉴스1 김영운 기자
유족 "사전 협의 없었다" 반발…경영진 회견장 들어서지 못해

HL만도는 대책 발표와 함께 이날 오후 4시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경영진이 대책을 직접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장 앞에는 유가족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 등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유가족 측은 "기자회견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려면 사전에 유가족과 협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자회견 개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이날 기자회견 일정은 오후 1시쯤 언론에 공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록 기자회견은 시작되지 않았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김현욱 최고안전책임자(CSO), 홍영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예정 시간보다 약 10분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지만 유가족 등의 항의가 이어지자 발길을 돌렸다.

경영진은 "기자회견을 재개할 것인가", "가족과 협의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HL만도는 이후 기자회견 취소를 공지했다.

유가족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사고 대책위원회 측은 "회사와의 협의 없이 기자회견이 추진된 데 당황스럽다"며 "금속노조, 만도지부 등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L만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 상황을 끝까지 관리하겠다"며 "이행 결과는 경영진이 직접 확인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