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방산 '컨트롤타워' 윤곽…지상 K9부터 핵잠 사업까지 통합

'필리 지분' 한화시스템→에어로 美 법인으로
K9 탄약·필리·오스탈 한곳 모아 '통합 포트폴리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27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화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현지 '컨트롤 타워'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지상 무기 체계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한화디펜스USA에 필리조선소와 오스탈까지 더해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한화디펜스USA를 중심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방산 사업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필리조선소 지분 매각으로 여유 자금을 확보한 한화시스템의 경우 초고해상도 레이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피지컬 인공지능(AI), 국방 우주 설루션 등 첨단 방산 기술 개발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한화디펜스USA로 美 사업 일원화…시너지 극대화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272210)은 다음 달 말 한화필리조선소 지분 60% 전량을 3251억 원에 한화디펜스USA 쉽빌딩으로 넘길 예정이다.

한화디펜스USA 쉽빌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한화그룹 북미 투자 플랫폼 한화퓨처프루프가 50%씩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이번 지분 재편으로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지상 방산과 해양 방산 통합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육군 신형 기동 전술포(MTC) 사업에 K9 자주포를 시제품으로 수출하는 등 현지 지상 방산 사업 확대에 주력해 왔다.

여기에 필리조선소까지 보유하게 되면 지상에 이어 해양 포트폴리오까지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필리조선소는 지난 2024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2척 미만이었던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자회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의 미국 사업 컨트롤 타워를 한화디펜스USA로 일원화하는 것은 각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현지에서 통합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산 시장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정부 및 군과의 네트워크 등이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는 K9 자주포의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앨라배마주에 차륜형 자주포 생산·시험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또 13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투입해 아칸소주에 탄약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K9 완성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후속 지원까지 가능한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다.

해양 분야에선 이런 기조가 더욱 뚜렷하다. 존스법이나 번스-톨레프슨법을 통해 상선·함정의 자국 생산 원칙을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7월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국 정부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국내 조선업계 중 현지 사업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미사일 비행시험 과정에서 궤적 추적과 원격 측정자료 수집, 결과 분석을 수행하는 선박으로 1번 함은 2030년 인도가 예정돼 있다.

사업 확대를 위한 각종 정부 승인에서도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이 보다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상선 위주의 조선소였던 필리조선소는 현재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를 추진 중인 오스탈USA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인 한화 입장에선 미국 정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오스탈USA는 각종 함정뿐 아니라 핵잠수함 핵심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디펜스USA를 이끄는 마이클 쿨터 대표의 역할도 주목된다. 쿨터 대표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에서 핵심 보직을 수행했고, 미 방산업체 레오나르도 DRS의 글로벌 법인 사장을 역임했다. 필리조선소 지분을 보유했던 한화시스템 자회사 HS USA 대표가 전연보 재무실장이었던 점과 대비된다.

한 방산 분야 전문가는 "현지 방산 사업을 진행할 때 자본이나 인적 구성에 있어 외국 비중이 높으면 직간접적인 불이익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지분 이동은 미국 내 사업을 보다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상에서는 K9과 탄약·추진제, 해양에서는 필리조선소와 오스탈USA 등 사업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향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수주 활동을 벌일 때 지상무기와 함정 사업을 별도로 접근하기보다 미국 내 생산시설과 공급망, MRO 역량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의 드라이 도크에서 근로자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2.25.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한화시스템, 실적 부담↓…유동성 확보로 본원 경쟁력↑"

한화시스템은 필리조선소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첨단 방산 분야에 재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다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등 감시·정찰 분야를 비롯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피지컬 AI, 미래 방산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결 자회사였던 필리조선소의 실적이 그간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추후 실적 개선 역시 기대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가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조선소 손실 부담이 사라질 전망이라, 본업 성장성이 기업 가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서 한화오션 지분을 통해 1조 7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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