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동행노조 위원장 선거 개시…연휴 투표·밥그릇 싸움 '눈살'

조직력 유지 '집행부 후보'에 유리한 선거 일정
후보자 자격 논란에 선출 이후도 걱정 "신뢰도 치명타"

삼성전자 DX 부문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열린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8.2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주축인 동행노조가 추석 연휴 기간에 차기 위원장 투표를 진행하면서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후보자의 출마 자격을 놓고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정당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동행노조는 2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차기 위원장과 집행부 등을 선출하기 위한 모바일 전자투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투표 기간이 추석 명절 연휴와 겹치는 점을 두고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휴 기간 선거로 일반 조합원의 참여율과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존 조직력과 인지도를 쥐고 있는 현 집행부 후보가 절대적 우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원은 "조합원들의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명절 연휴를 틈타 기존 지도부가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깜깜이 도둑 선거'"라고 비판했다.

동행노조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 자격을 두고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초, 당시 김관옥 선관위원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현 집행부 주요 인사 6명은 피선거권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후보는 지난 5월 노조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해 '권리조합원 자격 6개월' 조건을 채우지 못했고, 조합비 미납 사실까지 확인됐다. 또 다른 후보는 노조 가입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최소 피선거권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행노조 집행부는 이를 시정하는 대신 결격을 지적한 선관위원장을 해임하고, 피선거권 자격 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하는 '셀프 면죄부' 규약 개정을 시도했다. 또한 결격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후보들은 러닝메이트로 최종 출마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고소·고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대의원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선거관리 규정 제정' 안건이 모두 부결됐지만 현 집행부가 선거를 밀어붙였다. 일부 대의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위원장 직무대행의 조합 운영 및 규약 위반에 관한 진정서를 공식 제출했다.

이에 맞서 집행부는 바로 다음 날 진정을 주도한 대의원들의 업무를 전격 정지시키고 사무국장과 비판 대의원들에 대해 해임·제명 징계 처분 예정 통지를 내렸다.

노조 규약상 징계 처분은 운영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는데 직무대행과 일부 집행부의 주도로 절차 없이 강행돼 내부 반발을 키우고 있다. 징계 통보를 받은 지부장·대의원들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전면적인 사법 대응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공동교섭단 탈퇴 당시만 해도 2000여 명에 불과한 소수 노조였으나, 임금·단체협상 타결 전후로 DX 부문 직원을 대거 흡수, 조합원이 3만 명을 넘어섰다.

조합 규모는 커졌지만 내부에선 정작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추후 정상적인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집행부의 조합비 미납, 셀프 룰 개정, 반대파 보복 징계 등으로 인해 노조 활동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됐다"며 "이번 파행 선거는 동행노조의 대내외적 신뢰도와 향후 회사와의 교섭력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