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수소만 된다는 '족쇄' 풀어야…해외 수소 도입도 불가피"
공학한림원 수소경제 토론회…산학연 관계자 120명 참석
"정부 주도 공급 인프라 구축"…"입찰 제도 예측 가능성 높여야"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그린 수소만 된다, 국내 수소만 된다는 그런 '족쇄'를 이제는 좀 풀어줬으면 합니다. 그린 수소가 좋다는 것을 몰라서 우리가 안 쓰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과 국회수소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한 '수소 경제 대토론회'에서 국내 수소 경제 실현 방안을 이같이 제언했다.
이 단장은 "모든 수소를 활용해 전(全) 주기 생태계를 만든 뒤 하나하나 그린화해야 한다"며 "색깔이 아니라 배출량을 기준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그린이라고 하는 것도 진짜 그린인지는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헀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 도입보다 국내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과 생태계 조성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그린 수소만으로는 당장 필요한 물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탄소를 포집한 블루 수소 등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시장에 참여시킨 뒤 점진적으로 저탄소화해야 한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해외 수소 수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이 조강 기준 3454만 톤인데 이를 수소환원제철로 바꾸면 연간 32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며 "해외에서 들어오지 않고는 이 많은 양을 만들어낼 수 없다. 해외 수소는 지금부터 계약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소를 재생에너지의 장주기 저장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배터리 저장은 길어야 몇십 시간"이라며 "계절별 전력 수급 패턴이 크게 다른 우리나라에서 계간 저장을 하려면 수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데 수소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선 약 120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국회에 제출할 수소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8~9명씩 15개 원형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아이디어를 대자보에 적은 뒤 의견을 나누는 형태였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그룹, 포스코홀딩스, HD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E&S,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두산 퓨얼셀, 일진하이솔루스 등 산업계와 한국에너지공과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KIST 등 학계,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임만규 일진하이솔루스 대표이사는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수요를 창출하려면 정부 주도로 이용자 접근성이 좋은 대규모 수소 공급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며 "수소 생산에서도 초기에는 그레이 수소를 포함해 유연하게 생산하되, 태양광 유휴 전력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점진적으로 그린 수소 생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기업 임원은 정부를 향해 수소 입찰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기업들의 장기 투자 여건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입찰한다고 했다가 안 하거나 마음대로 물량을 줄이면 누가 수소 사업을 하겠느냐"며 "국가가 계속 보조하자는 게 아니라 민간이 장기 투자할 방법을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B 기업 임원은 수소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와 같은 '채찍'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PS는 500㎿ 이상의 대형 발전설비를 가진 발전사업자에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RPS 제도를 14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주요 발전사에 공급량을 할당했기 때문"이라며 "수소 생산에 대한 의무화 제도도 정부에서 검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국공학한림원 소속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기술과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단기적인 여건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으로 산업계의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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