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삼성전자 노조…내년 임단협 '가시밭길' 예고

초기업노조, '분리 교섭' 추진…높아지는 협상 난도
동행노조 등은 "반대"…"분리교섭 쉽지 않아" 전망

지난 5월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심 노조로 재편하면서 내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려서 사측과 협상해 왔는데 초기업노조는 앞으로 분리 교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경영진이 개별 노조와 별도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사측 입장에선 상황과 요구가 다른 각각의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기에 협상 전략을 짜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경영진이 올해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노조의 요구에 직면할 수 있어 협상의 난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별 노조와 분리 교섭을 하게 될지, 기존대로 공동교섭단과 협상을 할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DS 노조로 재편 '초기업노조'…내년 임단협 분리 교섭 추진

21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전자투표에서 DS 부문 소속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 개정안에 대해 총선거인 5만 1350명 중 2만 8680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2만 7618명, 반대 1062명으로 가결됐다.

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근로자가 함께 가입해 온 노조의 조직 범위를 반도체 부문으로 제한하려는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초기업노조 소속 기존 DX 부문 조합원은 탈퇴 처리될 예정이다.

초기업노조가 DS 부문 노조로 축소를 선택한 것은 올해 임단협 영향이다. 올해 임단협을 통해 DS 부문은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연봉 1억 원 안팎의 DS 부문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DX 부문을 중심으로 불만이 거셌다. DX 부문의 경우 지급 규모가 수백만에 그쳐 두 부문 간 성과급 차이가 최대 100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결국 DX 부문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반발, 이탈자가 폭증했고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DX 부문의 불만을 확인한 초기업노조 집행부는 내년 임금 교섭에서 DS 부문과 DX 부문의 분리 교섭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번에 DS 부문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다. DS 부문이 연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DX 부문의 경영 환경이 나빠진 상황 역시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으로 전환을 선택하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분리 교섭 현실화하면…협상 난도 높아진다

DS 부문으로 새롭게 재편한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단협에서 교섭 단위 분리와 독자 교섭을 추진할 예정이다.

초기업노조가 독자 교섭을 추진하게 되면 경영진 입장에선 분리 교섭을 추진해야 할지부터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반수를 점한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한 노조로부터 분리 교섭 요구가 있을 때 개별 협상할지 여부를 삼성전자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내부적인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만약 분리 교섭이 현실화하면 경영진은 협상 전략 설정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최악의 경영 환경에 놓인 DX 부문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DS 부문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DS 부문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DX 부문은 DS 부문과의 격차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박탈감이 커질 수도 있다"며 노조의 요구가 올해보다 거셀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쪽과 합의점을 찾아가면 다른 쪽에서 목소리를 더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분리 교섭을 하면 경영진 입장에서 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리 교섭 현실화?…"쉽지 않아" 전망도

물론 분리 교섭 대신 현재와 같은 방식의 공동교섭단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 초기업노조가 분리 교섭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섭 단위 분리를 위해선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는지부터 고용 형태 등의 여러 요건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DS·DX 부문의 고용 형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DX 부문이 조합원의 다수인 노조 역시 분리 교섭에 부정적이다. 동행노조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나의 회사인데 분리 교섭으로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초기업노조에서 중노위에 분리 교섭을 요구하면) 동행노조는 그럴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DS·DX 분리 교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