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5세대 D램 양산…범용부터 韓 메모리 아성 흔드나

EUV 없이 12㎚ 벽 돌파, DPW 50% 이상 늘려…'제2 LCD' 악몽 경고등
韓 HBM·첨단공정 우위 유지…관건은 中 수율·원가 경쟁력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중국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5세대(G5) D램 양산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더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도 D램 메모리 어레이의 활성영역 반간격(AA half-pitch)을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고, 이전 세대보다 웨이퍼당 총 다이 수(DPW)를 50%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CXMT가 범용·모바일 D램의 공정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CXMT가 공개한 공정 지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정 세대 명칭은 직접 비교하기 어렵고, 실제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수율과 생산 규모 등에서는 여전히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20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열린 세계제조업대회에서 G5 D램 기술 플랫폼 양산 진입을 공식 발표했다. CXMT에 따르면 G5 D램은 메모리 어레이의 활성영역 반간격을 11.95㎚까지 줄였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운 CXMT는 자기정렬 4중 패터닝(SAQP) 기술을 활용해 미세 회로를 구현했다. CXMT는 이를 통해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총 다이 수(DPW)를 이전 세대보다 50%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8Gb 제품을 기준으로 정규화한 결함 선별 전 총 다이 수로, 실제 양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과는 다르다.

공정 미세화를 통해 잠재적인 원가 경쟁력을 높일 기반을 마련했지만, 복잡한 다중 패터닝 공정에 따른 비용과 실제 양산 수율까지 고려해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원가 경쟁력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다.

CXMT '5세대' 韓과 직접 비교 어려워…LPDDR6까지 양산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급 6세대인 1c D램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c 기반 HBM4 양산에 돌입했고, SK하이닉스도 1c 기반 범용 D램 공급 확대와 LPDDR6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CXMT는 5G D램 공정에서 11.95㎚급 하프 피치를 구현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0㎚급 6세대인 1c 공정을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이 '한 세대' 앞서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직 기술 격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CXMT는 G5 D램을 적용한 24기가비트(Gb) LPDDR5X 제품 2종도 공개했다. 기존 동급 제품보다 단일 다이 용량을 50% 늘린 제품으로 스마트폰과 휴대용 전자기기를 겨냥했으며 현재 양산에 들어갔다.

특히 모바일 D램에서는 CXMT의 추격 속도가 빠르다. CXMT는 이달 자체 개발한 LPDDR6의 양산·상용화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급 LPDDR5X를 기반으로 최대 10.7기가비피에스(Gbps)의 동작속도를 구현했고, SK하이닉스도 1c 기반 16Gb LPDDR6를 개발해 올해 공급에 나섰다.

반면 HBM 등 AI용 고부가 D램에서는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는 1c 공정을 적용한 HBM4를 지난 2월부터 양산·출하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CXMT는 아직 이에 대응하는 HBM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中 정부 등에 업고 추격…범용 D램부터 'LCD 전철' 밟나

국내 업계가 경계하는 것은 CXMT의 기술 추격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생산능력 확대와 범용시장 공략 전략이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CXMT는 2019년 첫 D램 양산에 들어간 이후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 아래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병행해왔다. 최근에는 범용·모바일 D램뿐 아니라 제품군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등 고부가 제품 투자를 확대하는 사이 CXMT가 범용·모바일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릴 경우 시장의 공급 구조와 가격 결정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PC 업체를 중심으로 자국산 D램 채택이 확대되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범용 제품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과거 LCD 시장에서 나타났던 변화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재연될 가능성이다. 국내 LCD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2년 50.7%에서 2022년 13.5%로 낮아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0%에서 55.5%로 상승했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을 벌인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대형 LCD 철수를 공식화해 2022년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고, LG디스플레이도 광저우 LCD 공장을 CSOT로 이전하며 대형 LCD에서 손을 떼 한국 대형 LCD 산업은 25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그 결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OLED 중심으로 재편됐다.

다만 D램을 LCD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D램은 미세공정 전환과 수율 확보의 난도가 높고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HBM과 서버용 D램 등 첨단 제품에서는 고객 인증과 패키징 기술까지 경쟁력을 좌우한다. 따라서 CXMT의 공정 미세화만으로 과거 LCD와 같은 시장 재편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과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지만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작년만 해도 격차가 5년 정도 벌어져 있다고 했는데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서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양산 수율과 원가 경쟁력, 대규모 생산의 안정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서버가 아닌 모바일 제품에는 한두 세대 이전 공정의 D램이 사용되기도 한다"며 "지금과 같은 D램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CXMT가 우선 중국 모바일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