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정했다, 남은 건 계약"…UAE, 한화 L-SAM 도입 초읽기

EDGE, 韓보다 먼저 L-SAM·추가 M-SAM 등 협상 대상 공개
천궁-II 운용 만족도 높아…중·고고도 아우르는 다층 방공망 확대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야외전시장에 레드백 장갑차(왼쪽부터)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이 전시돼 있다. 2023.10.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천궁-II(M-SAM-II)에 이어 L-SAM까지 한국산 방공체계 도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UAE 측이 한국보다 먼저 구체적인 협상 대상 무기체계를 공개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제 관심은 실제 계약 규모와 시점에 쏠린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UAE 국영 방산기업 EDGE와 한화(000880)는 최근 아부다비 EDGE 본사에서 통합 방공체계 구축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EDGE는 지난 16일 이를 공개하면서 L-SAM과 추가 M-SAM, 다연장로켓 천무를 구체적인 협력 대상으로 명시했다. 양측은 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단계적인 현지 생산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EDGE 측이 적극적으로 공개를 원하면서 협상 대상 무기체계까지 현지에서 먼저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신뢰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UAE는 2022년 한국과 35억달러(당시 약 4조1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Ⅱ는 올해 이란의 UAE 공격 당시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이에 앞서 UAE는 천무도 이미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AE가 기존 M-SAM 운용에 만족하면서 L-SAM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기존 천궁-Ⅱ 도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궁-II가 중거리·중고도에서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요격한다면 L-SAM은 이보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상층 방어체계다. 기존 천궁-Ⅱ에 추가 M-SAM과 L-SAM이 더해지면 한국산 무기체계가 UAE의 중·고고도 다층 방공망에서 맡는 역할도 커지게 된다.

이번 협의를 기존 고객이 추가 물량을 구매하고 상위 체계로 확장하는 '록인(Lock-in)'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규모와 계약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Term Sheet는 향후 협력 방향과 조건을 정하는 단계로 본계약과는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를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Term Sheet를 체결한 만큼 앞으로 관련 내용을 조금씩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계약까지는 양국 정부 간 절차도 남아 있다. 방산 수출은 기업 간 협의에 이어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사업 진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UAE의 국방비 지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추가 수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UAE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329억 달러(약 49조 원)로, 2029년까지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SAM 계약이 성사될 경우 첫 해외 수출 사례가 된다. DB증권은 "금번 협력이 구체화할 경우 L-SAM의 첫 해외 수출 사례가 될 전망"이라며 "해외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파이프라인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