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규' 전통 흔들리는 제조업…파업 수위 높이는 노조에 '몸살'

포스코 120시간·LS전선 첫 파업…HD현대중도 시간 확대
파업 장기화에 생산·납기 촉각…하이닉스는 막판 타협 시도

포스코 노조가 48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포항본사 앞 횡단보도에 있는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26.9.9 ⓒ 뉴스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철강·전선·조선 등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무분규' 기조가 잇따라 깨지고 있다. 포스코가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LS전선에서도 노동조합 설립 37년 만에 첫 파업이 예고됐고,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부분파업 시간을 늘리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16일을 기점으로 주요 제조업체들의 파업 강도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실제 생산과 납기 등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너지는 '무분규'…16일 기점 파업 수위 높아져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날(15일) 노사 교섭이 재개된 가운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차 파업 당시 48시간보다 기간을 2.5배 늘렸고, 교섭 상황과 회사 대응에 따라 18일부터 파업 대상 개소를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2차 부분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파급력도 작지 않다. 앞서 1차 부분파업에서는 포항 20명, 광양 100명 등 120명이 참여했지만,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됐다. 이번에는 파업 시간이 길어진 만큼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지, 파업 대상 확대가 현실화할지가 관건이다.

같은 날 LS전선 노조도 구미·인동·동해 사업장에서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에 이어 장기간 이어진 무분규 전통이 깨지는 사례다. 구미는 전력·통신케이블, 인동은 광섬유·광케이블, 동해는 해저·산업용 특수케이블을 각각 생산하는 만큼 주요 제품 생산라인 전반에서 파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파업 강도를 높인다. 노조는 11일부터 15일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부터 18일까지는 파업 시간을 7시간으로 확대한다.

납기·일정 '부담'…장기화 여부가 관건

포스코는 생산라인과 후공정, LS전선은 납기와 프로젝트 일정,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일정 등에 미칠 영향이 각각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LS전선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당장 공장 가동률보다 고객사 납기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전선업은 제품 생산과 함께 프로젝트 일정에 맞춘 공급이 중요한 만큼 부분파업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납기 대응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단기간 부분파업은 대체인력이나 생산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파업 시간이 길어지고 대상이 확대되면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상황만으로 파업이 곧바로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파업 참여 규모와 지속 기간, 대상 공정 확대 여부가 실제 피해 수준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사 모두에게 파업 장기화는 부담이다.

포스코는 58년, LS전선은 37년 만에 처음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노조와 사측 모두 갈등을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작지 않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과 장기 투쟁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회사는 생산·납기 차질과 협력사 및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2026.8.24 ⓒ 뉴스1 김영운 기자
파업 대신 수정안 택한 하이닉스…노사 갈등 출구 찾나

제조업계의 임단협 갈등이 모두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이어졌지만, 파업 대신 잠정합의안 수정본을 마련해 이날까지 노조 재투표를 진행한다. 노사가 기존 합의안을 보완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다시 구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초과이익분배금(PS)의 현금 지급 비중을 기존 40%에서 50%로 높이고, 주식 지급 비중은 60%에서 50%로 낮추는 식이다.

결국 이날을 전후해 파업 수위가 높아지는 기업들이 실제 생산·납기 차질로 이어질지, 또는 SK하이닉스처럼 막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