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정유업계, 11월 물량 확보 '비상'
중동산 원유 수급 줄고 非중동산 가격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급등…국내 기름값 '큰 폭 변화는 없을 듯'
- 박기호 기자,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정윤미 기자 = 중동 지역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11월 이후 원유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산 원유 수급도 차질이 예상되는 데다 비(非)중동 지역 원유 가격 역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름값은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인상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인 동서 송유관이 최근 무인기 공격을 받아 현재 가동을 중단했다. 이 시설을 복구하는 데만 3~5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은 하루 500만~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데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 홍해로 원유를 수출하기 위한 핵심 기반 시설로 통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 원유 운송 시설인 셈이다.
동서 송유관 피격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당장 국내에 미칠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업계는 9~10월 도입할 원유 물량은 평시 대비 90% 이상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11월 이후 물량이다. 원유는 통상적으로 2~3개월 전 계약 및 선적을 하는데 11월 도입할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입 원유 중 사우디산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34.1%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10월 물량은 이미 우리나라로 오고 있는데 문제는 그 이후 일정이 중요하다"며 "11월 공장 가동에 문제가 없어야 하므로 중동산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의 원유를 가져오려고 노력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10월까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유 수급 문제는 없다"면서도 "한동안 복구가 안되면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차질이 생긴다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이 발생하기 전부터 여러 정유사가 공급망 다변화를 해왔기에 중동산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공급 물량이 줄면 다른 쪽에서 원유를 비싸게 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중동산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 지역을 통한 원유 수송은 과거 수준 회복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 국제유가 동향 및 수요·공급·재고 측면 분석'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량은 전쟁 전 대비 5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우회 파이프라인까지 감안하면 3분의 2가량까지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석유 재고 역시 2025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강 부전문위원은 "일평균 350만~4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요국 전략비축유가 대규모 방출로 크게 줄어 추가 공급 충격 완충 여력이 상당폭 축소됐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해로 원유 공급망이 크게 훼손된 셈이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문신학 차관 주재로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해, 원유 수급 현황 및 유조선 통항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민관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중동 정세로 인해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87.10달러였지만 이달 2일 102.40달러, 8일 109.71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9일 122.01달러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가격제로 인해 기름값이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급격하게 시장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에 영향은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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