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속' 외쳐도 추격전 계속…"인프라 병목 오히려 심화"
머스크 '그록' 성능 개선 예고…안전 기준 주도권 경쟁
AI 신모델 개발·추론용 반도체 수요 별개…메모리 부족 지속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개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술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위한 감속에 동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후속 '그록' 모델의 성능 개선을 예고한 데다 미·중 기술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일률적인 감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서비스와 에이전트 활용 확대로 연산 수요가 계속 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폭메모리(HBM)·서버용 D램 등 AI 메모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CE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를 통해 '그록 4.7'부터 '그록 5'까지 후속 모델의 성능 전망과 개선 방향을 공개했다.
그록 4.7은 앤스로픽의 '오퍼스 5.0'과 비슷한 성능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록 4.8에서는 이용자가 체감할 만한 성능 향상을 예고했다.
머스크 CEO는 "그록 4.9는 아마 아스트라·페이블급이 될 것"이라면서 "그록 5는 어쩌면 그 어떤 모델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제안한 AI 개발 속도 조절에 지지 의사를 전했다. 이번 개선 목표는 안전을 위한 감속에 공감하면서도 후속 모델의 성능 개선을 예고하며 선두 기업을 향한 추격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비영리 AI 평가기관 METR 등 외부 기관에 내부 직원 수준의 접근권을 부여하고, 기업들이 공통 안전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모델 개발 단계부터 외부 검증을 강화하고, AI를 통제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제안에는 AI의 발전 속도를 통제 기술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AI가 차세대 AI 개발을 도와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에이전트가 지시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 공격을 시도한 사례 등이 나오면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속도 조절이 개발 중단을 뜻하지 않는다며 안전·감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규제 설계를 둘러싼 기업들의 셈법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이 유리한 안전 기준을 정착시켜 시장 지위를 굳히려는 유인을 갖지만, 후발 기업은 추격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본다. 안전사고 대응과 함께 향후 경쟁 규칙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미·중 기술 경쟁은 속도 조절의 변수로 꼽힌다. 아모데이 CEO는 미국이 개발 속도를 늦춘 사이 중국이 앞서갈 위험을 경계하며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를 함께 주장했다. 안전 기준을 높이면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모델 출시 간격이 길어져도 검색·코딩·업무 자동화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면 이를 뒷받침할 연산·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아스트라' 출시 이후 장시간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본다. 에이전트는 자료 검색과 코드 작성, 결과 검증을 반복해 단순 문답형 서비스보다 연산과 메모리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모델을 개발하는 '학습' 투자와 별개로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반도체 기업의 생산 확대 노력에도 공급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와 에이전트 확산에 따라 하반기 HBM·서버용 D램·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증가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확산함에 따라 메모리 수요 기반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I 메모리와 일반 메모리 수요가 함께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40~50%, 4분기에는 30~4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AI 개발 조절론 영향으로) 현재 계획된 GPU 구매,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인프라의 확장이 둔화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프라 병목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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