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생산부터 설비 점검까지 AI로"…SK이노 울산CLX 미래형 탈바꿈

AI 최적값 제시하면 작업자 결정…'듀얼 브레인 AX' 적용
"무사고·무재해·1000억 규모 생산성 향상 기대…2030년 목표"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 SK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제조 AX 관련 전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울산=뉴스1) 박기호 기자

상부 냉각 비중을 10% 높이고 하부 가열 온도를 2도 낮추면 가장 적은 에너지로 최적의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판단이 아닌 인공지능(AI)이 그간의 데이터를 분석, 제시한 해법이다. AI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유공장에서도 제조 AX를 도입해 여러 데이터를 분석, 실시간으로 이 같은 제품 생산 최적의 값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방문한 SK이노베이션(096770) 울산CLX(Complex). 전통 제조업 현장답게 곳곳에는 굴뚝이 있고 굵은 파이프가 곳곳을 연결한 하나의 거대한 장치였다. 울산CLX는 약 250만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1964년 가동한 국내 최초의 정유공장이라는 사실을 확인 해주듯 시설 곳곳은 노후화된 모습이었다.

굴뚝 산업의 대명사인 정유시설이지만 내부적으로는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이다. 이날 취재가 허용된 조정실에 들어가 보니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모니터에선 조정실이 관할하는 공장 곳곳을 CCTV로 비추고 관의 온도부터 압력, 유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정실 내에선 버튼으로 모든 설비를 조작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다는 경보가 울리면 제어도 가능하다. 울산CLX에는 약 300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야외 현장에선 직원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특히 앞으로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 실시간으로 제품 생산 최적값을 제시할 예정이다. 24시간 교대로 공정 상태를 감시하고 운전 조건도 조정하는 이 조정실에 제조 AI가 먼저 도입된다.

조정실 일부 공정에선 첨단 공정 제어(APC)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기존에는 현장 근무자가 온도나 제품 투입량 등 다양한 변수를 직접 세밀하게 조정하며 원유를 정제해야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변수 변경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최적의 변수 세팅 값을 안내받아 운전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Complex) 전경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듀얼 브레인으로 AI·엔지니어 '원팀'…24시간 100여개 공정 분석한다

울산CLX는 AI와 현장 엔지니어가 함께 공장을 운영하는 '듀얼 브레인(Dual Brain) 운영 체계'를 본격 추진 중이다.

24시간 쉬지 않는 분석 판단 엔진인 '브레인 AI'가 공정과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 이상을 탐지하고 선제적인 예측과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최적의 판단을 제시하면 의사 결정자인 현장 엔지니어 즉, '휴먼 브레인이 최종an Brain)'이 최종 판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그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쌓여 다음 분석에도 반영된다.

울산CLX 관계자는 "시간·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의 판단에 직접 참여하는 AI"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대신해 결정하는 AI가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시야로는 놓치기 쉬운 변화를 상시 감지해 판단 과정에 참여하는 AI라는 뜻이다.

울산CLX는 최적화와 설비 신뢰성(Reliability), 안전·보건·환경(SHE) 관점에서 듀얼 브레인 체계를 추진 중이다. 정유·화학 밸류체인 전반의 통합마진을 극대화하고, 365일 24시간 안정 운전을 유지하며, 단 한 건의 인명·화재 사고 없이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98개 공정 중 7개 공정에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어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만든 최적화 프로그램과 연계, 추가 활용 방법을 고민 중이다.

유틸리티 최적화 AI는 공정 운영에 필요한 스팀·전력·용수 등 유틸리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에너지 비용을 최적화한다. 울산CLX는 이를 통해 원유에서 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의 통합마진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관리에도 적용,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펌프 등 주요 회전기기는 설비 이상 예측 AI의 상시 감시 대상이다. 회전기기 모니터링 플랫폼 'SKADI'가 진동과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 이상 징후와 원인을 먼저 파악하면, 정비 계획 AI가 이 데이터를 넘겨받아 최적의 정비 시점과 작업 계획을 제안하는 형태다.

사람 중심의 현장 순찰도 AI 기반 24시간 현장 관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로봇과 드론 등을 이용,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게 할 예정이다.

울산CLX는 올해 예측 모델과 연계 에이전트(Agent) 개발·검증에 착수했고, 내년부터 가속화를 위해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2028년까지 브레인 AI 신뢰성을 확보해 일하는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에는 AX 적용을 지속 확대하고 듀얼 브레인 운영체계를 정착시켜 AI 중심 조직 구조로 전환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Complex) 전경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연간 1000억 규모 생산성 향상 기대…"굴뚝이라고 AI 안 쓰는 것 아냐"

울산CLX는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연간 약 1000억 원 규모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실제로는 굴뚝(산업)이라고 AI를 안 쓰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언급대로 SK이노베이션이 울산CLX에 AI를 입히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는 관리 대상의 복잡성과 많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울산CLX는 98개 복합공정이 서로 얽혀 있어 한 공정의 운전 조건이 다른 공정의 생산량과 품질, 수율, 에너지 사용량에 영향을 준다. 개별 공정의 최적점만 찾아선 전체 최적 운전에 이르기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250만 평 부지에서 연간 33만 건의 작업이 이뤄지는데 육안으로만 확인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도 분명하다. 게다가 60년간 현장에 쌓인 운전 노하우는 울산CLX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경험으로만 남아 있어 데이터화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현재 이 공장 근무자 중 50대 이상은 56%에 달한다.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은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밖에 없는 시간과 공간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라며 "6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출발한 울산CLX를 60년 뒤에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듀얼 브레인으로 운영되는 공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