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일본에 주목하는 이유…'한일 메모리 동맹' 가능성은?
최태원·곽노정 일본 반도체 주목…JV·공동투자 등 협력 방식 다양
한일 반도체 협력 주목…日 소재·장비·메모리 생태계 활용 가능성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일본을 새로운 메모리 생산 및 공급망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 생산시설 구축을 비롯해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JV), 공동투자, 현지 기업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면서다.
특히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경영진도 잇따라 일본과의 메모리 사업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 진출이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일본 메모리 생태계와의 협력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모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의 참석 중 일본 투자계획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현재 검토 중으로 검토가 끝나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재팬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일본 내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가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생산 지역이나 파트너, 생산 제품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업을 소규모로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성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투자나 JV 등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파트너와 생산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달 21일 일본 미야기현에 대규모 메모리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국내 보도와 관련해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생산기지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최 회장의 발언에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일본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곽 사장은 지난달 27일 키옥시아 지분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이거나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의 AI 산업에 기여하듯 일본 반도체 산업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투자하고 있는 만큼 그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우리 책임이라고 본다"며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어떻게 함께 시장을 키워갈 수 있을지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일본을 주목하는 이유는 AI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수요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생산·후공정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생산시설과 반도체 공급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후보지로 꼽힌다. 일본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해 소재·부품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히로시마에서 D램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소니그룹과 닌텐도 등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있어 현지 반도체 수요와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기업인 키옥시아홀딩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에 투자한 펀드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간접 지분을 보유하며 일본 메모리 산업과 자본적으로 연결돼 있다.
곽 사장이 일본 고객 및 공급업체와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을 키울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생산 거점 검토가 현실화할 경우 낸드플래시나 범용 메모리 생산뿐 아니라 현지 소재·장비업체, 메모리 기업 및 전자 기업과의 협력 확대까지 염두에 둔 행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SK하이닉스가 일본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 중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최첨단 메모리 생산에 나설지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일본 사업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한일 경제협력 구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 참석차 지난달 30일 일본 미야기를 방문해 "한국과 일본은 이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 내놨다.
최 회장은 2023년 '한일 경제협력 구상'을 처음 발표하면서 에너지·반도체·조선·자동차·배터리 등을 대표적인 협력 분야로 꼽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AI와 반도체를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양국이 산업적 강점을 결합하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 비용을 줄이고 미국·중국·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HBM 등 첨단 메모리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와 정밀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양국의 서로 다른 강점을 결합할 경우 AI 시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SK하이닉스의 일본행은 한국 생산기지를 일본으로 이전하는 개념이라기보다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에 전략적 거점을 추가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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