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네수 '25년 원유 협정'…정유사 '단비' 되나 '예의주시'
650억 배럴 개발·하루 150만 배럴 생산 목표…인프라 복구 관건
韓 시험 도입 11만 배럴…운송비·설비 적합성 따져봐야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25년 원유 협정이 국제 원유시장의 새로운 공급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공급처라는 점에서 관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유사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사용을 늘리면 기존 캐나다·멕시코·중동산 원유가 아시아로 이동해 국내 정유사들의 구매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대규모 증산이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것도 호재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유여서 국내 정유설비와 맞지 않고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베네수엘라 증산이 국내 정유사의 원가 절감이나 수익성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확인매장량 650억 배럴에 대한 과반 통제권을 확보하는 에너지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정 기간은 25년이며 개발 대상은 오리노코 벨트 등을 포함한 17개 유전이다. 650억 배럴은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매장량 약 3040억 배럴의 21%에 해당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약 1000억 달러(약 137조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2090억 달러(약 286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5만 배럴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7월 베네수엘라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116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 중 미국향은 78만 6000배럴로 1월 28만 4000배럴과 비교해 약 3배로 증가했다.
협정 체결이 대규모 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의 약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투자 부족으로 유전과 송유관, 정유시설 등 관련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정치적 안정과 투자가 뒷받침될 경우 베네수엘라 생산량이 2년 안에 하루 130만~140만 배럴, 향후 10년에 걸쳐 25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단기간에 하루 200만~300만 배럴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본다.
베네수엘라가 검토 중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역시 당장 공급량을 늘리는 요인은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OPEC의 감산 의무를 면제받고 있어 탈퇴하더라도 단기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생산량이 회복돼 쿼터를 다시 적용받을 때를 대비한 장기적 선택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동산 원유의 대체재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어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협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6월 품질과 제품 수율을 확인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11만 배럴을 시험 도입했다. 국내에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들어온 것은 약 20년 만이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도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11만 배럴은 국내 평시 월간 원유 도입량 약 8000만 배럴의 0.1%대에 해당한다. 국내 원유 수급이나 정유사 원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 검증도 필요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황 함량과 점도가 높은 중질유다. 고도화 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 마진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운송 거리 등이 길어 운임 부담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다만 업계는 미국 정유사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사용을 늘리면 기존 캐나다·멕시코·중동산 원유가 아시아로 이동해 공급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 정유사의 원유 구매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이므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협력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실제 도입을 확대하려면 가격과 운송비, 국내 설비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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