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관세전쟁 격화…車·철강 '반사이익' 기대, 셈법 복잡
캐나다산 관세율 50%로 ↑…트럼프, 내년 車 50% 관세 예고
캐나다 진출 韓 기업, 예의 주시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이 자동차와 철강 등 핵심 산업으로 번지면서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현대자동차그룹은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경쟁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북미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은 부담 요인이다.
철강업계 역시 캐나다산 물량 감소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 외 시장으로 캐나다산 철강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악재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21일 무역 협상을 중단했다. 미국은 즉시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트럭·자동차 부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캐나다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실제 시행될 경우 자동차 관세는 두 배로 높아지게 된다.
한국 기업 가운데서는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혼다, 스텔란티스, 도요타 등 5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가 지난 2024년 캐나다에서 생산한 차는 131만 대 이상이다.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같은 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경트럭은 113만4274대, 금액으로는 464억 캐나다달러(약 46조 3716억 원)에 달했다. 캐나다가 전 세계로 수출한 자동차·경트럭 가운데 미국 대상 물량은 대수 기준 85%, 금액 기준 93.2%를 차지했다.
미국이 캐나다산 완성차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면 이들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캐나다산 완성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온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캐나다산 차량과 경쟁할 경우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다만 북미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부품 공급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캐나다산 부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내 생산 차량의 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완성차 판매에서는 기회가 생기더라도 부품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 역시 캐나다산 부품 관세가 미국 자동차 생산 비용을 높이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역시 캐나다산 물량이 줄어들면 미국 시장 내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과잉 가능성은 부담으로 꼽힌다.
캐나다는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 공급국이다. 2024년 캐나다의 대미 철강(HS 72) 수출액은 약 78억 4000만 달러로 한국의 대미 수출액 약 17억 6000만 달러보다 4.5배 많았다. 철강 제품(HS 73)까지 포함하면 캐나다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8700만 캐나다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에 높은 관세(50%)를 유지하면 미국 시장에서 캐나다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를 다른 국가의 철강 제품이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캐나다산 물량 감소에 따른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입 장벽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EU도 지난달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를 축소하고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50%로 높였다. 한국의 대EU 철강 제품 수출액은 7월 1억88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1.2% 감소했다.
미국과 EU에서 밀려난 철강 물량이 아세안 등 제3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 역시 수출 감소분을 다른 시장에서 만회해야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철강 생산국까지 같은 시장을 공략할 경우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질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올해 아세안 5개국 철강 수요가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한국 기업들도 이번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캐나다를 북미 공급망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온 기업들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두고 있으며,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캐나다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지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당장 이들 기업의 제품에 신규 관세가 직접 부과되지 않더라도,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갈등이 장기화하면 캐나다를 북미 시장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기존 전략은 비용과 효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관세전쟁은 특정 품목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업들의 북미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 전쟁이 단순한 수출 비용 문제를 넘어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와 생산 거점 결정까지 좌우하는 변수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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