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영토 넓히는 한화…KDDX·무인차량 따내고 KAI 겨냥

KAI 지분 15.89% 확보…육·해 이어 항공·우주로 사업 영역 확대
글로벌 종합방산기업과 경쟁 위한 규모화…패키지 수출 경쟁력 강화

지난 2월9일 한화 방산 3사의 WDS 2026 통합 전시부스에서 AI 기술 기반 미래형 통합 무기체계를 선보이는 모습.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9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화(000880)그룹이 국내 방산 시장에서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군 다목적무인차량 사업자로 잇따라 선정된 데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 지분 보유를 15% 이상으로 늘리며 육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대형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사업 영역 확대와 규모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AI 지분 15.89%로 확대…육·해 주요 사업도 잇단 확보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272210) 등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지분은 15.89%까지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이 1.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지분 26.41%를 보유한 KAI 최대 주주 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다.

한화가 상장사인 KAI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받게 됐다. 한화는 현재 2대 주주를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을 매수하고 있으며 수출입은행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정부가 KAI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경영권 확보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이에 앞서 국내 경쟁사를 차례로 제치고 육상과 해양 분야에서 주요 방산 사업을 잇달아 확보했다. 해양에서는 한화오션이 지난달 방위사업청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8380억원이며 선도함은 2032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KDDX는 국내 기술로 7000톤급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첫 번째 국산 이지스급 함정 건조 사업으로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기술·조건·가격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을 따냈다.

육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군 다목적무인차량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과 현대로템의 'HR-셰르파'가 경쟁한 결과 아리온스멧이 최종 기종으로 결정됐다.

다목적무인차량은 감시·정찰과 물자 수송, 부상병 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지상차량으로 육군 미래전력 개념인 '아미타이거 4.0'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보병전투장갑차 등 기존 유인 플랫폼에 무인차량을 연계해 유·무인복합체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참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7.3 ⓒ 뉴스1 허경 기자
육·해·공·우주 아우른다…글로벌 경쟁 위한 규모화 속도

한화는 이 같은 사업 확대를 통해 육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방산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해양방산의 한화오션, 레이더·전투체계 및 위성 분야의 한화시스템에 KAI의 전투기·헬기·무인기 체계종합 역량까지 결합하면 육·해·공·우주를 연계한 패키지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우주 분야에서는 2040년까지 55조 원을 투자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우주와 항공, AI와 국방이 하나로 연결될 때 진정한 AI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사업 간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화는 해외 생산 기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 USA는 최근 미 해군 핵심 공급업체인 오스탈 USA 인수를 위해 최대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를 제안했다. 2024년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에 이어 미국 내 추가 생산 거점을 확보해 현지 해양방산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한화의 사업 확대는 글로벌 방산업계의 대형화·통합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즈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다양한 무기체계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각국의 대형 방산 사업을 공략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역내 방산업체를 우대하는 움직임도 확산하면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을 아우르는 사업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한화의 사업 영역 확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향후 KAI까지 한화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국내 주요 방산 분야가 특정 기업집단에 과도하게 집중돼 업체 간 경쟁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한화의 KAI 지분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에서 시장 경쟁 제한 여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인 만큼 심사 결과도 향후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한화가 최대 주주가 아닌 만큼 간이 절차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