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L 넘어 웨이퍼까지…박정원 회장, 두산 '체질 개선' 9부 능선

SK실트론 인수로 전공정 핵심 소재 확보
전자BG·테스나와 '시너지' 극대화에 성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당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 시타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두산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7 ⓒ 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두산그룹이 SK실트론을 품으면서 기존 동박적층판(CCL)과 반도체 패키지 소재, 테스트 사업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겨냥한 밸류체인 확대에 성공했다. 반도체 출발점인 소재부터 마무리인 후공정까지 거느리게 됐다.

특히 중공업 중심이던 두산이 첨단 소재와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려는 박정원 회장의 전략이 이번 인수로 한층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웨이퍼 더해진 두산…반도체 사업 확대

3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기업이다.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반도체 핵심 소재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300㎜(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3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가 형성되는 기판이다. 이에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늘어날수록 고품질 웨이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인수로 두산의 반도체 사업도 한 단계 확장됐다. 두산은 2022년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전문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후공정 사업에 진출했고, 전자BG를 중심으로 AI 가속기용 CCL과 반도체 패키지 소재 사업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더해지면서 두산은 웨이퍼-패키지 소재-테스트를 아우르는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두산테스나 사업장 전경.(두산 제공)
AI 반도체 성장 수혜 기대…관건은 시너지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늘면서 웨이퍼 시장도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 웨이퍼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고 품질 인증 기준이 까다로워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SK실트론은 주요 고객사와 5년 안팎의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높아 업황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두산은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2031년 매출 3조원과 메모리용 웨이퍼 시장 세계 2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향후 관건은 인수 이후 시너지 창출이다. 두산은 SK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자BG와 두산테스나, SK실트론 간 연구개발(R&D)과 고객사 확보, 생산 협력 등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다만 인수 후 조직 통합(PMI)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고객사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두산의 경영 체계를 성공적으로 접목해야 실질적인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실트론의 성패는 인수 이후 통합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