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벌어준 돈…배당 늘리고 자사주 사고, 삼성·SK '주주가치' 높인다
증권가 "메모리 업체 간 주주환원 경쟁, 주가 끌어올릴 것"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자본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과거에는 호황기마다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에 현금을 쏟아부었다면, AI 시대에는 장기공급계약(LTA)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대로 이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기 주주환원 정책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며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투자 간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콘퍼런스콜에서 "AI 시대 구조적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미래 투자의 적기 집행과 주주 환원 간의 균형을 자본 배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다양한 주주환원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환원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다만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공모와 관련한 규제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나란히 주주환원 확대를 공식 언급한 것을 두고 AI 호황으로 확보한 막대한 현금을 본격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현재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올해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환원하는 기조를 유지할 경우 약 12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 초 발표될 차기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현재 FCF의 50% 수준인 환원 비율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환원 재원을 약 131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추가 환원 재원의 15%만 특별배당으로 활용해도 배당 매력이 높아지고, 40%를 특별배당으로 지급할 경우 보통주 기준 약 4.5%, 우선주는 6%를 웃도는 배당수익률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4분기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주환원 기대가 과거와 다른 점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일시적 호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은 호황기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뒤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급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그러나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장기공급계약(LTA)이 확대되고 있다. 최소 구매 물량과 공급 조건 등이 계약에 반영되면서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이러한 변화로 투자 여력을 유지하면서도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실적을 높이고 LTA가 지속성을 증명하며 주주환원이 주당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메모리 업체 간 주주환원 경쟁은 서로의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의 최근 행보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개인 자금으로 SK하이닉스 주식 약 49억 원어치를 장내 매수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매입 규모가 상장회사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0억 원 기준을 불과 1억 원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50억 원 이상 거래할 경우 매수 계획을 30일 전에 공시해야 하는 만큼, 사전 공시 없이 즉시 시장에 책임경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대 규모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직접 매수가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저평가 인식을 시장에 전달하려는 상징적인 행보로 보고 있다. 이런 특별배당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이 이어질 경우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메모리 업체의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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