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로 향하는 '조선미녀'…韓 스킨케어 인기에 수출 '청신호'

1~5월 수입 1066만달러·39.5%↑…점유율 7.2%→9.6%
전문몰서 화장품 체인·약국으로…스킨1004·코스알엑스 인기

칠레 산티아고 소재 약국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K-뷰티가 칠레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K-뷰티 전문 온라인몰에서 시작된 판매망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산하면서 한류 팬을 겨냥한 틈새 시장 공략으로 현지 대중 소비재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한국산 39.5% 늘 때 전체 4.2%…수입시장 점유율 9.6%

31일 칠레 관세청이 공개한 국가별 화장품 수입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한국산 스킨케어·선케어 제품 수입액은 106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64만 달러)보다 39.5% 증가했다. 상품가격에 운임과 보험료를 합친 금액으로, 관세 통계상 피부관리·선케어 제품 등이 묶인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330499를 기준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칠레가 전 세계에서 수입한 동일 품목의 총액은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칠레의 해당 제품 수입액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서 9.6%로 높아졌고, 한국의 원산지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올해 1~5월 수입액은 프랑스가 1936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 1262만 달러, 멕시코 1214만 달러, 미국 1150만 달러, 한국 1066만 달러 순이었다. 한국과 4위 미국의 격차는 약 84만 달러까지 좁혀졌다.

칠레 경제지 라테르세라는 지난해 칠레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이 256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킨케어 제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칠레 K-뷰티 시장은 현지 전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수요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 매장과 대형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온라인으로 출발한 칠레 K-뷰티 전문 유통업체 코스메티코스(Kosmeticos)는 현지 수입·유통사 테트라씨 칠레(Tetra-C Chile)가 운영한다. 온라인 판매로 현지 수요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넓혀 작년 5월 산티아고의 쇼핑몰 플라사 에가냐에 다섯 번째 매장을 열었다. 한국과 칠레에서 근무하는 직원 48명 가운데 42명이 칠레 현지 인력이다.

코스메티코스는 라테르세라에 한국과 칠레 법인의 2024년 매출이 890만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칠레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40% 증가했고 올해도 3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2018년 온라인으로 출발한 칠레 K-뷰티 전문 유통업체 소코박스(Sokobox)는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현재 칠레 전역에서 13개 매장을 운영하며 45개 이상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소코박스가 현지 매체에 밝힌 2025년 매출 증가율은 50%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참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글로벌 뷰티, 화장품 전문 전시회 인터참코리아는 오는 3일 까지 진행된다. 2026.7.1 ⓒ 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스킨1004·코스알엑스 인기…전문몰서 대형 유통망으로

칠레에서 판매 성과가 두드러진 한국 브랜드로는 스킨1004와 코스알엑스가 꼽힌다. 스킨1004는 구다이글로벌 계열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코스알엑스는 회사명과 브랜드명이 같으며 현재 아모레퍼시픽 자회사다.

칠레 K-문화 전문매체 우니팝(Unnie Pop)이 중남미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의 2025년 연말 행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킨1004는 현지 스킨케어 판매 부문 2위에 올랐다.

스킨1004의 현지 유통망은 K-뷰티 전문점에서 약국과 백화점까지 넓어졌다. 코스메티코스와 소코박스를 비롯해 칠레 멀티브랜드 화장품 체인 디비에스 뷰티스토어(DBS Beauty Store), 주요 약국 체인 살코브란드(Salcobrand), 미용·헤어 전문 유통기업 피차라(Pichara), 대형 백화점 팔라벨라(Falabella) 등에서 스킨1004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여드름 패치와 달팽이점액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소코박스의 인기 상품 목록에서는 코스알엑스 여드름 패치가 상위권에 올라 있고 대표 제품에는 수백 건의 구매 후기가 축적됐다. 살코브란드도 코스알엑스를 스킨1004와 함께 지난해 고객 선호도가 높았던 K-뷰티 브랜드로 꼽았다.

2006년 설립된 디비에스 뷰티스토어는 칠레 유통그룹 엠프레사스SB 계열의 화장품 체인으로 현지에서 7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한다. 디비에스는 자사 매출에서 K-뷰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배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현재 디비에스의 K-뷰티 전용관에서는 코스알엑스와 스킨1004를 비롯해 아누아(Anua),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메디큐브(Medicube), 토코보(TOCOBO)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코박스가 칠레에서 공식 유통하는 토코보는 디비에스와 팔라벨라의 화장품 매장, 현지 화장품 편집숍 블러시바(Blushbar)로 판매처를 넓혔다. 메디큐브도 콜라겐·피디알엔(PDRN) 성분 화장품과 피부관리기기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를 중심으로 디비에스와 소코박스에서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1966년 설립된 칠레 미용·헤어 전문 유통기업 피차라는 약 2년 전 스킨케어 제품을 추가한 뒤 한국 화장품 취급을 확대했다. 피차라는 한국 스킨케어가 성장을 주도하면서 자사 화장품 부문 매출이 500%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진출한 신규 사업인 만큼 낮은 기저에 따른 증가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화장품이 칠레 유통망을 넓힌 배경에는 가격과 성분을 함께 따지는 현지 소비자의 구매 성향이 있다. 과거 칠레 화장품 시장은 유럽·미국의 고가 브랜드와 저가 대중 제품으로 양분됐지만 한국 화장품은 기능성 성분과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을 결합해 두 시장 사이의 수요를 흡수했다.

칠레의 강한 자외선 환경도 자외선차단제와 피부 진정 제품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스킨1004의 '히알루-시카 워터핏 선세럼'과 토코보의 선스틱·선크림 등은 현지 K-뷰티 전문몰의 주요 판매 제품에 포함돼 있다. 자외선 차단과 보습·진정 효과를 함께 강조하는 한국식 선케어 제품이 현지 소비자의 피부 고민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K-뷰티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K-팝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 자체가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조선미녀와 스킨1004 같은 인디 브랜드의 수요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남미 국가마다 기후와 피부 고민, 유통 구조가 다른 만큼 지역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칠레를 거점으로 삼되, 현지 약국 체인이나 뷰티 편집숍과 협업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판매망을 구축하고 제품 메시지도 '미백'보다 '자외선 차단·피부 장벽 강화'처럼 현지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고민에 맞춰 현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공항에 도착해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7.30 ⓒ 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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