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3년·HBM 5년' 中 CXMT 아직 '격차'…문제는 '추격 속도'

CXMT, 글로벌 메모리 빅3 위협…공급 과잉 우려 나와
"기술 격차 최대 5년"…AI 반도체 고객 선점, 공급 과잉? 과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중국 최대 D램(DRAM)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자본시장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CXMT의 기술 추격과 생산능력 확대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XMT가 최근 공개한 DDR5와 LPDDR5X의 표시 성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액침식 DUV(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생산을 시작해 올해 CXMT 등에 공급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중국 반도체 자립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장비는 추가 시험이 필요한 단계로 CXMT 생산라인에 실제 투입됐는지, 양산에 필요한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CXMT가 범용 D램의 제품 사양에서는 한국 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지만 미세공정과 고용량 서버 D램, 원가·수율에서는 여전히 뒤처진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CXMT가 HBM3 초기 양산 안정화 단계인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 들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의 격차는 더 크다는 분석이다.

범용 D램은 추격권…미세공정·HBM 여전히 격차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MT가 공개한 가장 첨단 범용 D램 제품은 DDR5-8000과 LPDDR5X-10667이다.

PC와 노트북, 기업용 서버 등에 사용되는 DDR5의 경우 16Gb·24Gb 용량에 최고속도 8000Mbps를 지원한다. 공개된 사양만 놓고 보면 고성능 PC는 물론 기업용 서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24Gb 다이를 확보하면서 24GB·48GB·96GB 등 다양한 용량의 메모리 모듈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PC용 제품의 최고 작동 속도와 기업용 서버에서 요구하는 장기 신뢰성·전력효율·양산수율은 별개의 평가 요소다.

삼성전자는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32Gb DDR5를 양산하고 있다. 32Gb 다이를 이용하면 기존 16Gb 제품보다 적은 수의 칩으로 같은 용량의 모듈을 만들 수 있어 전력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1b 공정 32Gb 다이를 기반으로 만든 256GB 서버용 DDR5 RDIMM에 대해 인텔 인증을 확보했다. 1c 공정에서는 16Gb DDR5를 개발해 양산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c DDR5는 최고속도 8Gbps를 지원한다.

반면 CXMT의 주력 G4 공정은 약 16~17나노의 1z급으로 추정된다. D램 공정은 일반적으로 '1x→1y→1z→1a→1b→1c' 순으로 발전한다. 공정 명칭만 비교하면 CXMT의 G4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b·1c보다 2~3단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업체별 공정 명칭과 실제 선폭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이를 곧바로 동일한 연수의 기술 격차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DR5에서 CXMT가 성능 격차를 상당히 좁혔지만 32Gb 고용량 다이와 전력효율, 서버 양산 능력에서는 한국 업체가 한 단계 이상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CXMT가 공개한 모바일 D램 LPDDR5X-10667은 12Gb·16Gb 용량에 최고속도 10.667Gbps를 지원한다. CXMT는 기존 LPDDR5보다 속도가 66% 향상되고 소비전력은 30% 줄었다고 설명한다. 표시 성능만 보면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PC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제품의 실제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양산수율과 발열, 소비전력, 장시간 작동 신뢰성, 고객사 인증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CXMT가 제시한 속도와 전력효율 개선 폭도 자체 시험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차세대 LPDDR6를 공개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LPDDR6는 10.7Gbps 속도를 지원하고, SK하이닉스는 1c 공정 기반 16Gb LPDDR6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LPDDR5X와 LPDDR6의 최고속도가 약 10.7Gbps로 비슷하더라도 성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LPDDR6는 데이터 입출력 구조와 채널을 개선해 전체 대역폭을 높이고 전력관리와 보안 기능도 강화한 차세대 규격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속도만 놓고 보면 CXMT가 한국 업체에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따라왔다"며 "다만 구체적인 성능과 양산성은 검증이 필요하고 CXMT가 기존 제품을 따라잡을 때쯤 한국 업체들은 이미 차세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2 ⓒ 뉴스1
서버 D램·HBM, 양산 경험과 고객 인증에서 차이

서버용 D램과 HBM에서는 기술 및 양산 경쟁력의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CXMT가 서버용 DDR5 시장에 진입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CXMT는 RDIMM과 MRDIMM 등 서버용 모듈 제품군을 공개했고 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객 인증과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고용량 다이와 전력효율, 장기간 오류율, 대규모 양산수율, 글로벌 서버 고객 인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용량 RDIMM뿐 아니라 두 개의 랭크를 동시에 작동시켜 대역폭을 높인 MRDIMM, CPU·GPU와 메모리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CXL 메모리 등 다양한 AI 서버용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6GB DDR5 RDIMM과 192GB SOCAMM2 등 고용량·저전력 서버용 모듈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HBM의 격차는 더 크다. 업계에서는 CXMT가 HBM3 8단 제품의 생산 안정화를 추진하는 단계로 평가한다. 12단 제품은 수율과 적층, 발열 제어 측면에서 추가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 들어갔으며 HBM4E 개발과 고객사 샘플 공급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대량 공급 경험과 글로벌 AI 가속기 고객 기반에서 앞서 있고, 삼성전자도 HBM4 양산과 고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HBM3→HBM3E→HBM4로 이어지는 제품 명칭만 보면 CXMT와 한국 업체 사이에는 최소 2개 제품 세대의 차이가 있다. 수율 안정화와 12·16단 적층, 열관리, 고객 인증, 대규모 공급 경험까지 고려하면 업계가 체감하는 격차는 3~5년에 이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 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 뉴스1 김민지 기자
중국산 DUV 생산 시작…실제 양산 성능, 검증 필요

CXMT의 기술 추격에서 가장 큰 제약 가운데 하나는 최첨단 노광장비다.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 아이성나는 최근 중국에서 개발한 액침식 DUV 노광장비의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약 5대를 생산해 CXMT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 화훙반도체 등에 공급하고 2027년 생산량을 약 20대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액침 DUV 장비를 자체 제작해 반도체 생산업체에 공급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비의 오버레이 정확도와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가동률, 결함률 등 핵심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추가 시험도 필요해 ASML 장비에 당장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DUV와 EUV는 모두 빛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기술이다. DUV는 193나노 파장의 빛을 사용하며, 미세공정을 구현하려면 같은 회로층을 여러 번 나눠 그리는 다중 패터닝이 필요하다.

EUV는 13.5나노의 훨씬 짧은 파장을 이용해 동일한 패턴을 상대적으로 적은 횟수에 형성할 수 있다. 공정 단계를 줄이고 층간 정렬 오류를 낮출 수 있어 초미세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최첨단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중국에는 한 대도 공급되지 않았다. ASML은 중국에 EUV 장비뿐 아니라 EUV 전용 부품이나 모듈도 공급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강민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XMT의 HBM 수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EUV 장비가 없는 공정의 한계로 HBM4 진입이 제약적이기 때문에 DUV 멀티패터닝 공정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중국산 액침 DUV가 CXMT의 기술 수준을 단기간에 한 세대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선폭이 넓은 비핵심 레이어나 성숙 공정에 투입하고, 기존에 확보한 ASML 장비를 첨단공정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고 부품을 교체·수리할 수 있게 되면 서방의 장비 수출통제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CXMT가 외국 장비의 추가 공급 없이도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은 한국 메모리 업체에 부담이다.

메모리 빅3와 격차…2028년 공급과잉 우려는 과도

업계에서는 CXMT가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와 빅3의 D램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보통 업계에서는 HBM의 경우 4~5년 정도 격차가 있고 일반 D램도 미세공정 측면에서 보면 3년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 메모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기술 격차뿐 아니라 주력 제품 구성에서도 차이가 크다"며 "CXMT가 기존 업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장 CXMT의 증설이 글로벌 D램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증설 계획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2028년까지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D램 수요의 약 25%를 차지하는 반면 자급률은 30% 내외에 그친다"며 "현 추정대로 CXMT가 향후 4~5년간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더라도 신규 생산 물량 대부분은 중국 내 수입 대체 수요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CXMT의 증설이 중장기적으로 D램 시장의 경쟁 강도를 높이는 변수인 것은 맞지만 이를 2028년 공급과잉과 메모리 주가 피크아웃의 직접적인 근거로 해석하기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다만 CXMT의 신규 물량이 중국 내 수요에 흡수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밀려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물량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범용 D램 가격에 간접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과 최첨단 AI 서버용 메모리에서는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CXMT와 기존 빅3의 핵심 고객군이 직접 겹치는 영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AI 메모리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객을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 PC와 스마트폰, 범용 서버용 D램에서는 CXMT와 기존 업체의 경쟁 영역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XMT의 부상은 당장 한국 업체의 HBM 경쟁력을 위협하기보다 중국 내 범용 D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장비를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해 메모리 가격의 상단을 낮추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한국 메모리 업체가 경계해야 할 것은 CXMT가 단기간에 HBM4를 따라잡는 상황보다 중국산 장비와 CXMT, 중국 고객사로 이어지는 자립형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되는 속도라는 평가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