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도 AI도 가상에서 검증"…HD현대서 목격한 조선의 미래
[대학생 미래캠프] AI·디지털 트윈 기반 조선·건설기계 미래 한자리
"연구소 편견 깨졌다" 연구문화·복지에 감탄…견학 뒤 질문 이어져
- 박기범 기자
(성남=뉴스1) 박기범 기자
"배는 자동차처럼 바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실제 선박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했기 때문에 천천히 방향을 틀게 됩니다."
28일 경기 성남시 HD현대(267250) 글로벌R&D센터(GRC) 디지털융합센터. '2026 뉴스1 대학생 미래캠프'에 참가한 학생이 가상선교 조종석에 앉아 추진 레버를 앞으로 밀자 모니터 속 100m급 관광선 '울산태화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원이 날씨를 폭우와 강풍으로 바꾸자 잔잔하던 바다는 거센 파도로 뒤덮였다. 실제 바다에서는 위험하거나 비용 부담이 큰 자율운항 검증을 이곳에서는 가상 공간에서 반복 수행한다.
디지털융합센터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자율운항 선박의 알고리즘과 제어 시스템을 실증하는 공간이다. 실제 선박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선교와 엔진 컨트롤룸을 구현하고, 악천후와 높은 파도, 안개, 주변 선박 등 다양한 해상 환경을 재현해 자율운항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이날 연구진은 울산태화호와 대형 LNG 운반선의 실제 운항 데이터를 연동해 선박 움직임과 엔진 제어를 재현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화면에는 악천후 속에서도 주변 선박을 위험도에 따라 표시하는 기능이 구현됐고, 학생들은 실제 선박과 유사한 조종감을 체험했다.
질문도 이어졌다. "AI는 어느 정도 활용되느냐"는 질문에 이종협 책임연구원은 "선박 모델 자체는 실제 장비와 같은 정확도가 요구돼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수백 개에 이르는 장비 간 입·출력을 연결하고 플랫폼과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 환경에서 충분히 실증한 뒤 실제 선박 운항 데이터를 다시 반영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실제 선박 내부를 360도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도 둘러봤다. 선내 공간을 자유롭게 확인하고 장비를 클릭하면 매뉴얼과 데이터까지 확인할 수 있어 신입 엔지니어 교육과 원격 유지·보수에 활용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지원(22·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 2학년) 씨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 환경의 차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AI가 전문 장비 시뮬레이션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스템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데 활용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종현(21·한림대 경영학과 3학년) 씨는 "회사에 들어서자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선박 시뮬레이션에서 파도 물리엔진을 구현하는 것이 현재 연구 과제라는 설명을 들으며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심원민 매니저의 안내로 미국 CES 2023에서 공개된 미래 선박 목업(Mock-up)도 관람했다. HD현대는 LNG와 메탄올을 거쳐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선박 로드맵과 바람을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윙세일(Wing Sail)' 기술을 소개했다. HD현대는 지금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8척을 수주했다.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 엔진을 탑재한 암모니아 추진선도 건조하며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수선 전시장에서는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한 3000톤급 안창호급 잠수함과 7000톤급 상륙함, 3000톤급 해양경찰 경비함 모형도 둘러봤다. 학생들은 K-조선과 방산 기술의 경쟁력을 확인하며 전시물 앞에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건설기계 전시장에서는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미래형 무인 건설장비 '퓨처-X(Future-X)'가 눈길을 끌었다. 드론과 라이다(LiDAR), 카메라 비전 센서가 작업 현장을 3차원으로 스캔하면 AI 관제센터가 디지털 지도를 구축해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무인 장비가 스스로 굴착과 운반 작업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HD현대는 이미 세계 최초로 무인·자율화 건설장비 작업에 성공했으며, 작업자와의 충돌 위험을 막는 'E-Stop(긴급제어)', '투명 버킷', '스마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등 첨단 안전기술도 차세대 장비에 적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내 유치원과 라이브러리 등 복지시설도 둘러봤다. 첨단 연구개발 현장뿐 아니라 직원 중심의 기업문화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영민(22·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 2학년) 씨는 "연구소라 경직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자유롭게 협업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인상적이었다"며 "실제 업무와 기술 개발에 AI가 활용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기업과 산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견학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전시물 앞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자율운항 기술과 AI 활용 방식, 연구개발 직무 등에 대한 질문을 연구원들에게 이어가며 미래 조선·건설기계 산업의 현장을 눈에 담았다. AI와 디지털 트윈, 친환경 기술이 HD현대의 미래 경쟁력을 이끄는 핵심 축이라는 점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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