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투명한 스피어아이스' 이렇게 탄생…현실판 강시우 만났다

삼성전자 DA 사업부 정진 파트장·김주영 프로 인터뷰
'스피어아이스' 시중 제품 중 최다 생성…AI 접목 강화

정진 삼성전자 DA 사업부 냉장고개발그룹 파트장(왼쪽), 김주영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프로.(삼성전자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사람들이 비싼 명품백을 사는 이유는 가방 기능이 아니라 희소성과 디자인 때문입니다. 우리 냉장고가 만드는 스피어 아이스도 그래야 합니다. 대충 흉내 낸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 낸 완벽하게 투명한 명품입니다.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에서 강시우(서인국 분) 팀장은 스피어 아이스가 뭐냐고 묻는 말에 "심미성"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드라마에서는 투명한 큰 원형의 얼음(스피어 아이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강 팀장은 '다시'를 외쳤고 그때마다 얼음은 조금씩 더 투명해졌다. 심지어 원하는 투명도가 나오지 않자 냉장고 제품 출시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드라마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제품 협찬뿐만 아니라 광주사업장을 촬영 장소로 제공했다.

과연 현실은 어땠을까. 삼성전자는 2022년 투명한 6종 얼음 제빙기가 탑재된 '삼성 AI 냉장고' 출시에 성공했다. 당시 스피어 아이스 기술 개발을 이끈 정진 삼성전자 DA 사업부 냉장고개발그룹 파트장과 김주영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프로를 지난 23일 만나 탄생 비화를 들었다.

정진 삼성전자 DA 사업부 냉장고개발그룹 파트장(오른쪽), 김주영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프로.(삼성전자제공)
스피어 아이스 "냉각 정밀 제어, 구조·실링 기술 녹아 있어…특허만 여러 건"

시중에 판매되는 얼음 정수기의 얼음도 투명하다. 스피어 아이스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처음에는 엄살처럼 들린 이유다.

정 파트장은 "얼음 투명도가 높아지려면 가스가 한 방향으로 배출돼야 한다"며 "차가운 쪽에서 더운(상온) 쪽으로 한 방향으로, 레이어 바이 레이어로 가스를 배출해 얼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음 정수기나 아이스 머신은 상온에서 얼음을 만들고, 제빙 후 남은 물을 버리는 구조여서 투명도가 높다"며 "반면 냉장고는 제빙과 보관을 모두 냉동실에서 하기에 결빙 성장 방향이나 속도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냉장고의 경우 문을 계속 여닫기 때문에 온도가 시시각각 변해 얼음이 부푸는 속도나 형태(모양)를 유지하기도 더욱 어렵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얼음 생성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에 대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냉각 정밀 제어 기술, 구를 안정적으로 형상화해 내구성을 확보하는 구조 기술, 실링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스피어 아이스 냉장고를 개발하는 데에는 총 3년여 기간과 3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판매 중인 삼성 AI 냉장고는 6종(스피어·하프 스피어·커브드(반달)·크러쉬·바이트·큐브)의 얼음을 생성한다. 하루 최대 스피어 아이스 9개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되는 냉장고 제품 중 최다다.

정진 삼성전자 DA 사업부 냉장고개발그룹 파트장(왼쪽), 김주영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프로.(삼성전자제공)
"얼음 정수기 만들다가 '위스키 마스터' 됐다"…'제빙 18년 외길 인생'

스피어 아이스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김 프로는 "코로나19 시기 홈카페, 홈술 트렌드가 유행했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크고 예쁜 얼음이 담긴 술과 음료 사진이 화제였다"며 "홈카페, 홈술이 유행하자 음료의 맛을 오래 유지하면서도 형태가 예쁜 스피어 아이스가 대세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착안해 스피어 아이스 냉장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얼음이 녹는 속도와 컵에 알맞은 크기, 모양, 투명도, 얼음 생성 시간, 기포 발생 여부 등을 고려해 지름 6㎝의 스피어 아이스가 탄생하게 됐다.

김 프로는 "다양한 종류의 컵, 음료수, 술을 직접 구매해 얼음 테스트를 해 봤다"며 "직접 위스키를 마시면서 테스트 과정을 거쳤기에 주종이 위스키로 바뀌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음료마다 얼음이 녹는 속도가 다른데 회사에서는 음료수, 퇴근 후 집에서는 술을 마시면서 직접 테스트했다"며 "수납장 하나가 위스키로 도배된 적도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정 파트장은 18년 제빙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전문가다. 2006년 삼성전자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냉장고 분야에서 근무를 시작, 3년 차부터 제빙을 중심으로 담당했다. 지난 15년여간 탄생한 삼성전자 제빙기 제품은 모두 정 파트장 손을 거친 셈이다. 그는 '내일도 출근' 작가와 직접 소통하며 드라마의 완벽한 현실 고증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냉장고의 미래는? "AI가 알아서 척척, 소비자 편의성↑"

스피어 아이스의 뒤를 잊는 냉장고는 어떤 모습일까. 두 사람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인공지능(AI)'이라는 답을 내놨다.

정 파트장은 "소비자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 밤 시간대에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콤프레셔 운전율을 최소화해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AI가 소비자 사용 시간을 파악해 사용이 적을 때 스스로 살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을 통해 냉장고에 달린 카메라가 식품 유통기한 등을 판단해 디스플레이에 띄워준다"며 "정수기는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개인에 따라 추출량을 자동 조절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프로는 "AI가 과거 에너지 절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사람이 가전을 사용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AI 가전이 개인에게 맞춰 보조해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 공식 포스터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