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실패 끝 찾은 '4나노'…삼성전자 HBM4 경쟁력 높였다

최정민 PL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 인터뷰
26년차 엔지니어가 개발한 초저전력 공정 기술

3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 최정민 PL. (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여러 차례 실험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문제는 기본적인 것에서 있다'는 생각으로 압력과 온도, 설비 파워, 가스 유량 등을 다시 살폈고 결국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26년 차 반도체 엔지니어에게도 4나노 초저전력 공정 개발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여러 차례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공정의 가장 기본적인 변수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그렇게 완성한 기술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의 핵심인 베이스다이에 적용됐다.

23일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뉴스룸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기술개발실 최정민 PL은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HBM4 베이스다이에 적용된 4나노 초저전력 공정 기술의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최 PL은 이 기술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했다.

최 PL이 개발을 주도한 기술의 핵심은 반도체의 전력 소모는 줄이면서 성능은 높이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빠른 연산 성능뿐 아니라 전력 소비와 발열을 낮추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최 PL은 3차원 구조 트랜지스터인 핀펫(FinFET)의 높이를 낮추고 소자 내부를 연결하는 컨택(Contact)의 폭을 줄이는 등 공정과 설계를 최적화했다.

반도체 내부에 불필요하게 저장되는 전하량인 '정전용량'을 낮춰 전력 소모를 줄이는 원리다. 다양한 컨택 구조를 최적화한 결과 전력 효율뿐 아니라 성능도 개선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HBM4 베이스다이에 적용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베이스다이는 이렇게 쌓인 D램의 가장 아래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 가속기와 연결돼 데이터와 전원, 제어 신호 등을 관리한다. 여러 층의 D램과 AI 반도체 사이에서 데이터 흐름을 조율하는 일종의 '교통관제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HBM4에서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고 베이스다이가 담당하는 기능도 복잡해지면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으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 PL은 "4나노 초저전력 공정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HBM4 베이스다이 개발 및 양산화에 기여했다"며 "4나노 초저전력 고성능 기술을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HBM4 베이스다이에 자체 4나노 초저전력 공정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HBM4용 베이스다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에 들어가는 D램부터 베이스다이를 만드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패키징까지 자체 역량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4나노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회복을 이끌 핵심 공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용 베이스다이와 AI 추론용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가동률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AII 시장 확대와 함께 HBM과 맞춤형 AI 반도체(ASIC) 수요가 늘면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 PL은 200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고속 SRAM 제품 개발·양산을 담당했다. 2008년 말 파운드리사업부로 옮긴 뒤 45나노부터 현재 4나노까지 로직 반도체 공정 개발과 양산을 담당해 왔다.

그는 26년간 현장을 지킨 만큼 동료들과의 협업도 강조했다. 최 PL은 "이 상은 제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도전해 온 팀원 모두가 함께 받은 뜻깊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