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후폭풍]③"성과급은 임금입니까 아닙니까" 논쟁의 시작이자 끝
대법 "성과급, 사안별로 임금성 판단"…N% 성과급 '복잡성' 입증
노동부·산업부 의견 갈려…李 "쟁의 대상 아냐" 기준 마련 빨라지나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1. 2026년 1월 29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직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되돌려보냈다. 목표 인센티브인 목표달성장려금(TAI)은 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성과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를 판단한 첫 대법원 판례다.
#2. 같은 해 2월 12월.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삼성전자의 TAI에 해당하는 SK하이닉스의 생산성격려금(PI)의 임금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경영 상황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일정 액수 또는 비율의 경영성과급을 계속해 지급할 의사가 있었거나 단체협약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취업규칙 등에 정해져 있었는지 여부가 TAI와 PI의 임금성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내놓은 성과급에 대한 결론이다. 겉으로 봐서는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엇갈린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과급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임금으로 봐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임금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N% 성과급'이 그만큼 복잡하고 법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중요한 것은 N% 성과급 논란이 '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것인가'로 집약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성과급이 단체교섭 대상을 넘어 합법적으로 노동쟁의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된다. 성과급을 임금으로 본다면 교섭 대상이 되고 협상이 결렬됐을 때 노조는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 회사가 협상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기 어렵고 파업의 정당성도 사라진다.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의 재원에 해당하는 EVA(세후영업이익-자본비용)가 근로자의 노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본 규모와 비용,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고 지급률도 연봉의 0~50%까지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OPI를 노동의 대가라기 보다는 회사가 낸 이익을 추가로 나누는 성격에 가깝다고 봤다.
이는 경영계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성과급 파업의 법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됐다.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고 노조의 성과급 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성과급 관련 쟁의는 위법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 이사는 "대법원 판례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의 임금성을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다"며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배분할지는 경영진 고도의 경영 전략적 판단 사항이며 노사 간 교섭이나 파업 같은 실력행사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해당 대법원판결이 퇴직금 산정을 위한 임금성에 관한 것일 뿐, 단체교섭 대상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법상 교섭 대상은 임금뿐만 아니라 성과급, 복지제도, 경영성과급 등 다양하며 이는 오랜 기간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 자율 원칙에 맡겨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과급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해 만들어 온 결과물인 만큼 노사 자치의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이제 와서 정부가 성과급이 교섭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기존 노사 자율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성과급이 쟁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개정 노조법 2조는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해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성과급 관련 결정을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 본다면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성과급이 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성과급 파업이 합법적으로 쟁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성과급도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노조 측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과 관련해 경영진과 노조만 있는 게 아니라 손실을 각오하고 들어온 투자자도 있다"며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되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21일) 직접 나서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 쪽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노동쟁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 결국 일정한 기준을 정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또한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원래 노사는 임금을 기본으로 하고 기타 조건을 협상하는데, 지금은 기타(성과급)가 더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부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며 "(성과급 협상과 관련한) 논의해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노동법 전문 교수는 "성과급이 합법적인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경우 노조 입장에서는 투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성과급 등에 관한 파업이 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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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된 N% 성과급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있다. 보상 격차를 놓고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고 있고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주주가치 훼손·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스1은 N% 성과급이 가져온 갈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도 함께 고민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