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후폭풍]②N% 성과급, 주주도 국가도 패싱?…5가지 법적 쟁점

상법상 이익배당원칙, 이사충실의무 위반 논란
노동계, 성과급=임금…헌법·노동법에 따라 N% 성과급 가능

편집자주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된 N% 성과급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있다. 보상 격차를 놓고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고 있고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주주가치 훼손·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스1은 N% 성과급이 가져온 갈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도 함께 고민해 봤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이 반도체(DS)부문과의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반도체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최근 부쩍 고민이 깊어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자사 직원들 역시 '영업이익의 N% 연동형 성과급'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이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가까스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A 대표는 흑자분을 차세대 부품 라인 증설(CAPEX)과 원천기술 연구개발(R&D)에 전액 재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의 실적이 곧 노동의 대가'라고 주장하며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급기야 일부는 성과급 약속이 없으면 출근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들이 출근하지 않으면 당장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는 투자했던 지인들에게 흑자가 나면 배당할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약속도 아른거린다고 했다. 배당은 안 하면서 직원들에게 N% 성과급을 주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장이 멈추게 되고 수용하면 두고두고 늘어날 인건비가 부담이다. R&D에 투자할 재원도 줄어들고 유보금이 없으면 불황이 닥쳤을 때 버티기 어렵다. 당신이 A 대표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회사 이익 배분에도 순서가 있는데…직원 1순위 '착각'이자 '편법'

대한민국 기업들이 이미 직면했거나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상황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현대자동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 성과급'이 현행 상법과 충돌하고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A 대표의 고민을 따라가 보면 'N% 성과급'을 둘러싼 쟁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영계는 영업이익의 일부를 미리 성과급으로 떼어 놓으면 사실상 이익배당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크게 상법상 '이익 배당 청구권 침해'와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 논란이 따른다.

상법 462조는 이익 배당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회사는 순자산액으로부터 자본금이나 이익준비금 등을 공제하고 남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 순자산액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등 세금과 각종 비용을 공제한 당기순이익을 핵심 재원으로 한다. 이익배당은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한다. 재무제표를 이사회가 승인한 경우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법인세 납부, 투자 재원 확보, 주주 배당 등 절차를 거친 후 회사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N% 성과급은 이런 절차를 우회하는 일종의 지름길을 만드는 것이어서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아울러 법인세 납부 이전에 성과급 재원을 먼저 확정하게 되면 노동자의 이익 분배가 국가의 조세권보다 우선하게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금을 떼기 전이나 배당 전 영업이익을 가지고 노동자의 분배 몫을 떼면 상대적으로 세금 형평성과 주주와의 형평성에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들 소액주주는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안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민연금 압박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9%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자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수탁자다. 따라서 주주의 몫인 영업이익이 과도하게 유출되는 것을 방어하고 이를 주주 환원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수백억 원 규모의 이사 보수 한도도 주총 승인을 받는데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이사회 결정만으로 집행하는 것은 상법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 지급에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더불어 주총 승인 절차도 추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김성진 기자
N% 성과급, 주주 가치·미래 경쟁력 훼손 가능성…이사 충실 의무 위반 소지

A 대표가 고민했던 주주 배당 역시 들여다볼 문제다. N% 성과급은 노동자 이익만을 우선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주주의 잔여이익 청구권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주는 기업의 위험을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대신 잔여 이익분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다. 예컨대 회사 실적이 적자면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이 따르지만 흑자면 모든 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이익을 전부 가져갈 수 있다.

노동자는 주주와 달리 회사가 적자여도 법적으로 기본임금을 보장받는다. 대신 흑자여도 정해진 계약 금액 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는 노동자에게 위험 부담의 책임 없이 이익을 보장하는 비대칭성을 야기한다.

나아가 상법은 이같이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이익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경영진)에게 충실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상법 382조의3에 따르면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 균형을 위해 정성을 다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형법상 배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회사의 이익은 성과급과 같은 직원 보상 외에도 주주 배상, 미래 투자 등도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성과급 마련을 위해 경영진이 주주 배상금을 훼손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 재원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충실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정부도 N% 성과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영업이익 일부를 떼서 (배분)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면 해외 유력 기업이 투자하는 게 망설여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영업이익은 경영진과 노조뿐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도 이해관계를 갖는다"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노조나 경영진과 다른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상법 개정을 통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을 이사회 의결 대상에 포함해 기업의 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주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 △성과급 산정 기준 확립 △지급 규모에 대한 공시 의무 강화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 이사회 심의 절차 적용 등을 자본시장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며 "법 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되기 때문에 성과급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행령이나 회사 정관 개정 등을 통해 먼저 견제 장치를 마련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2026년 임금협상에 따른 성과급 격차를 규탄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김영운 기자
노동계 "N% 성과급, 헌법·노동법 적용하면 '정당'"

반면 노동계는 N% 성과급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단체교섭권이 보장돼 있고 핵심 대상이 바로 임금이기 때문에 노사 합의에 따른 N% 성과급은 정당하다는 논리다. 헌법 제33조는 근로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성과급은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품이거나 최소한 근로조건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노사가 산정 방식을 교섭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노동조합법 제29조 역시 노조 대표가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노사가 N% 성과급을 합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성과급 성격에 따라 임금으로 인정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임금이 아니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계는 노동법 등을 근거로 N% 성과급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익공유제나 성과배분제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노동법적 관점에서 회사의 영업이익은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과 기술, 노동이 결합해 창출한 기업 성과로 본다. 노사는 노동의 기여분에 대해 보상을 합의할 수 있다. 결국 '주주가 잔여청구권자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결론은 노동법과 배치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노동법과 상법이 성과급 등을 다르게 정의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N% 성과급이 나오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