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에 달라진 SK실트론 셈법, 매각 협상만 7개월째…유턴하나

작년 12월 두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양측 "결렬·무산 아냐"
웨이퍼 부족 전망에 가치 부각…최태원 '풀스택 AI' 전략 강조

(SK실트론 제공))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SK(034730)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해 온 SK실트론 매각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두산(000150)과의 매각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핵심 소재인 웨이퍼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반도체 공급 확대와 '풀스택(수직계열화) AI' 전략을 강조한 점도 SK실트론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하는 요인이다. 일부에서 SK실트론 매각이 백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SK와 두산 모두 매각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결렬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의 경우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위약금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매각 협상 장기화…반도체 환경은 급변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와 두산은 SK실트론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직 본계약은 체결하지 않았다. 별도로 정해진 협상 기한은 없으며 현재까지 거래가 결렬되거나 무산된 것은 아니다.

매각 대상은 SK실트론 지분 70.6%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변수는 그사이 크게 달라진 반도체 시장이다.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SK그룹의 반도체 사업도 유례없는 호황기에 들어섰다.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까지 수요 강세가 확산된 영향이다.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능력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웨이퍼 투입 기준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최 회장도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AI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60~100%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반도체 늘수록 필요한 웨이퍼…실트론 가치 부각

반도체 생산 확대는 자연스럽게 웨이퍼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웨이퍼는 고순도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원판으로, 그 위에 회로를 새기는 여러 공정을 거쳐 D램과 낸드 등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은 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업이다. 첨단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300㎜(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3위권 업체로 꼽힌다.

최 회장도 웨이퍼 공급 부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월 엔비디아 GTC에서 AI와 HBM 수요 증가로 웨이퍼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공급 부족 규모가 20%를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웨이퍼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곧바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에 따라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AI 반도체 생산이 늘수록 웨이퍼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SK하이닉스도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풀스택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는 SK하이닉스의 HBM 등 AI 메모리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SK텔레콤의 AI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 중이다. SK실트론을 포함하면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부터 메모리, AI 인프라와 서비스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다만 SK실트론 매각이 SK의 반도체 공급망 약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여러 글로벌 업체에서 웨이퍼를 조달하고 있으며 SK실트론 역시 다양한 반도체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달라진 시장 환경이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만큼, SK와 두산이 기업가치와 거래 조건을 놓고 어떤 접점을 찾을지가 매각 성사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