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못 올리고 사람도 못 뽑아요"…최저임금에 中企 시름 깊어진다
내년도 최저임금 3.7% 인상…영세 사업자 인건비 부담 가중
투자 여력 기업은 디지털 전환…소상공인은 채용·근로시간 조정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2027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확정되면서 업종별 대응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 인건비 증가분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신규 채용과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14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1만 320원)보다 380원(3.7%) 오른 1만 700원으로 결정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유급 주휴를 포함한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월급은 약 223만 6300원으로, 올해보다 약 7만 9420원 늘어난다.
다만 사업주가 실제 부담하는 인건비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사용자 부담분과 퇴직급여,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임금에 연동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여력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이미 일정 체급을 갖춘 중소기업들은 인력을 줄이기보다 디지털 기술과 자동화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영업·설치·관리 인력의 업무 동선을 최적화하면 같은 인원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한 렌털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디지털 툴을 제공하고 있다"며 "인당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동선을 최적화하는 등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사정이 다르다. 자동화 설비나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할 자금이 부족한 데다 이를 실제 영업 현장에 적용할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인건비가 오르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음식점과 카페, 숙박·도소매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추가 감원도 쉽지 않다. 직원을 줄이면 영업시간 단축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주와 가족이 부족한 일손을 직접 메우는 방식으로 버티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정책도 단기적인 인건비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당장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금융 지원과 함께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소상공인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비용은 늘고 매출은 회복되지 않아 추가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은 정책자금과 금융비용 완화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안정시키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자금난이 심화되면 설비와 기술 투자뿐 아니라 현재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비용 부담에 대응하려면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이 낮아진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판매 방식을 다변화하는 등 사업모델을 개선하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꼽힌다. 주문·결제와 재고·고객관리, 마케팅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과 영세기업들이 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현장에 정착시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맞는 설루션을 선택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병행해야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 실장은 "금융 안정 지원과 함께 사업 전환을 돕는 구조 개선 정책을 확대하고, AI 시대에 맞춰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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