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차 개편에 승무원 반발…"효율" vs "안전" 정면충돌

48시간 초과시 지정구역 주차…도보 20분 거리·심야 셔틀버스 공백
주차장 정기권 관리부실 개선책…공사 "모니터링 후 셔틀버스 증차"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단기주차장이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7.7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이용객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상주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주차권 운영 기준을 개편하자 항공사 운항·객실 승무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승무원들은 정기 주차권을 활용해 단기주차장을 제외한 제1여객터미널(T1)·제2여객터미널(T2) 내 장기주차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편 이후에는 48시간 초과 주차 시 터미널과 가장 먼 장기주차장만 써야 한다.

T1 기준 해당 장기주차장에서 터미널까지는 약 1㎞로, 도보 20분 안팎이 걸린다. 국제선 비행 특성상 장기 주차가 불가피한 승무원의 업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승무원의 평균 주차 시간이 긴 만큼 원거리 배정이 전체 주차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조종사협회 "원거리 주차, 승무원 피로 가중"…그간 혼잡도 높인건 '공사 무료 정기권' 지적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최근 성명을 통해 공사의 변경된 정기 주차권 이용 기준이 "승무원 피로 관리와 항공 안전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 주차는 개인적 편의가 아닌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출근 단계부터 불필요하게 이동 거리를 증가시키는 건 승무원 피로를 가중해 비행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정기 주차권 관리 부실과 이에 따른 주차난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일부로 새로운 정기 주차권 이용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감사에서 일부 직원들이 인기 주차 자리를 선점하거나 휴가 시 정기 주차권을 사용하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점이 드러나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그동안 약 3만 건의 정기 주차권이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이 중 공사·자회사·공항 입주기관 직원에게는 무료(단기·장기주차장 모두 사용 가능)로, 항공사와 입점업체 등에는 유료(단기주차장 월 20만 원·장기주차장 월 3만 원)로 발급됐다.

특히 공사가 자사 소속 공항 비상주 직원에게도 무료 정기 주차권을 무제한 발급함에 따라 단기주차장 혼잡도가 극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기주차장은 터미널 건물과 인접해 공항 이용객이 가장 선호하는 구역이다.

개편 정책에 따라 3만 건에 달하던 기존 정기 주차권은 지난 1일부로 무효화 됐다. 공사는 적격 심사를 거쳐 정기 주차권을 재발급하기로 했다. 또 항공사 임직원 유료 정기 주차권 이용자는 1회 주차 시간이 48시간으로 제한됐다.

이를 초과하는 차량은 T1의 경우 P4 장기주차장, T2의 경우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5층으로 이용 구역이 제한됐다. 지정 구역 위반이나 업무 외 사용 등에 대해서는 경고부터 최대 영구 이용 제한까지 제재가 강화됐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T1 0시~오전 4시30분 셔틀버스 공백에 20분 걸어야…공사, 주차면적 1만면 확장 계획

문제는 승무원들이 새로 지정받은 구역이 터미널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T1 P4 장기주차장에서 T1까지의 거리는 약 1㎞로 걸어서 가려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T2 장기주차장 주차타워에서 T2까지의 거리는 2.5㎞로 도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승무원들은 정기 주차권을 활용해 단기주차장을 제외한 T1·T2 내 장기주차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셔틀버스 운영 시간·배차 간격도 개선 사항으로 지적된다. T1과 장기주차장을 오가는 '공항 01번' 버스 운영 시간은 오전 4시 30분부터 자정까지다. 0시부터 오전 4시 30분(심야)까지는 T1 P4 장기주차장까지 도보로만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T2와 장기주차장을 오가는 '공항 02번' 버스는 24시간 운영되지만 배차 간격이 최대 30분에 달한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관련 입장문에서 승무원들의 운항 일정을 확인해 업무 목적 차량은 주차 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기존과 같이 장기주차장 이용에 제한을 두지 말 것을 촉구했다. 또 T1 장기주차장 셔틀버스 운영 시간과 T1·2 셔틀버스 배차 간격도 개선해야한다고 꼬집었다. 협회 관계자는 "특히 T1 셔틀버스는 심야 운영 공백이 빚어지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사는 승무원들에게 원거리 주차장이 배정된 것에 대해 "국민 여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승무원의 평균 주차시간은 일반 상주 직원 대비 1.6∼2.5배 긴 만큼 이들에게 근거리 주차장을 배정하면 전체 주차장 운영 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T1 주차장 심야 셔틀버스는 "해당 시간 T1 P4 장기주차장 내 승무원 출퇴근은 일평균 3.1대로 관련 수요가 미미한 편"이라면서도 "모니터링을 거쳐 필요시 증차하겠다"고 답했다.

공사는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주차 면적을 늘리고, 자가용 이용 수요는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체 주차 면적은 확장 공사를 통해 현재 3만7000면에서 2031년까지 4만7000면으로 늘어난다. 현재 T1을 거쳐 T2로 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는 연내 T1·T2 노선을 분리해 T2 접근 시간을 기존 대비 20분 단축하고, 자가용 이용 수요를 일부 흡수하기로 했다.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여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25년 3개월 만에 누적여객 10억 명을 달성하며 전 세계 주요 허브공항 가운데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다. (공동취재) 2026.7.7 ⓒ 뉴스1 박지혜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