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빈혈로 쓰러진 푸들…2년간 간 수치 높였던 원인 찾았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반려견 구리 중독 증례

내원 당시 핏기 없이 하얗게 변한 반려견의 잇몸과 황달로 노랗게 변한 몸(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간 수치가 조금 높았지만 컨디션도 좋고 다른 증상은 없었어요."

2살 푸들 모모(가명)는 중성화 수술과 슬개골 탈구 등 외과적 치료를 위해 꾸준히 동물병원을 찾고 있었다. 검사 때마다 간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식욕도 좋았고 산책도 즐겼다. 활발하게 뛰어놀 정도로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 보호자는 정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모모의 상태가 달라졌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거부했고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잇몸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고 몸 전체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까지 나타났다.

16일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모모는 약 2년 동안 지속적인 간 수치 상승이 있었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지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황달과 심한 빈혈 증상을 보여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혈액검사 결과 모모는 적혈구가 급격히 파괴되는 심한 용혈 빈혈 상태였다.

의료진은 우선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 자가면역성 용혈 빈혈(IMHA)을 의심했다. 하지만 감염성 PCR 검사와 면역 매개성 질환 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추가 검사에서는 적혈구에 산화 손상 소견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간 내부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복강경 간생검을 시행했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복강경 간생검은 작은 절개창을 통해 카메라와 기구를 넣어 간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다. 간의 색깔과 표면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병변이 있는 부위를 정확하게 채취할 수 있어 원인 불명의 간 질환을 진단하는 데 활용된다.

복강경으로 확인한 황달이 관찰되는 간과 간 생검 모습(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간 조직에는 구리가 가장 높은 단계인 Grade 5 수준으로 축적돼 있었다. 반복적인 손상으로 인해 간 전체에 흉터 조직이 퍼지기 시작한 간 섬유화 Stage 2도 확인됐다. 만성 담관간염 역시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의료진은 모모를 구리 중독(Copper-associated hepatopathy)으로 진단했다. 간에 구리가 과도하게 축적돼 간세포가 손상되고 만성 간질환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김가연 내과 원장은 "구리는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지만 정상적으로는 간에서 담즙을 통해 배출된다"며 "푸들을 비롯해 베들링턴 테리어, 래브라도레트리버(래브라도리트리버) 등 일부 견종에서는 유전적 또는 품종 특성으로 인해 구리 배출 기능에 이상이 생겨 간에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즙 정체나 만성 간염, 담도계 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도 구리가 이차적으로 쌓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사료 내 구리 함량 증가와의 관련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유전적 소인이나 기존 간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간에 축적된 구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혈액 속으로 방출돼 적혈구를 파괴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황달과 빈혈, 급성 간 손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 중독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 상승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되면 식욕 감소와 체중 감소, 구토, 무기력, 황달, 복수, 간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모모는 현재 구리 배출 치료제인 D-페니실아민(D-penicillamine)과 간 보호제, 항산화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간 수치 역시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다.

김가연 원장은 "강아지의 간은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구리 중독 역시 초기에는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 상승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이상 소견이 확인된다면 단순한 체질 문제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정확한 진단은 반려동물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김가연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 내과 원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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