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모델 아닌 전력·데이터가 좌우"…한국형 AX 전략 필요
한경협·우드맥킨지 세미나…"美·日·EU, AI 국가 산업기반으로 육성"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전력기자재·BESS 등 新수출 기회 부상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 축이 모델 성능을 넘어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 제도 기반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국가 산업 기반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제조 데이터와 전력 인프라를 활용한 '한국형 AI 전환(AX)'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6일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 우드맥킨지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글로벌 AI 전환과 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AI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AI를 개별 기술이 아닌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산업 데이터 △제도·규범까지 포괄하는 '산업 기반'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한다고 짚었다.
김 원장은 미국에 대해 "빅테크의 기술혁신에 국방·안보 분야의 공공조달을 결합해 AI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정부가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초기 수요자 역할을 하면서 민간 AI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EU에 대해서는 "AI Act를 통해 안전성과 투명성, 데이터 관리 기준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을 먼저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Act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광범위한 적용에 따른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법안이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제조, 서버, 전력·냉각 생태계를 결합해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정부 클라우드와 자국 클라우드 기업 육성을 통해 공공 디지털 인프라의 자립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한국형 AX 3대 전략으로 △산업형 AI 기준 △초기시장 창출 △융합형 AI 인재를 제시했다. 우선 제조업·반도체·통신 인프라와 산업 데이터를 보유한 강점을 살려 '산업형 AI 기준'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초기시장 창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핵융합·양자·미래에너지·첨단 바이오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초기 수요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직접 산업 전반의 문제를 AI 과제로 발굴하고, 이를 실제 업무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크리스 사이플 우드맥킨지 부회장은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폭발적 성장이 미국 전력망에 단순한 전력 수요 증가를 넘어 변동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하며 "전력 품질과 부하 대응능력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수출 기회와 성장동력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 패키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형 AX 전략의 실행 기반으로 전력 인프라, AI 법제, 산업데이터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전원 포트폴리오와 조달제도, 입지 및 거버넌스를 통합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법·제도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교수는 "EU의 Data Act 등과 같은 산업 데이터 권리 및 공유 거버넌스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고, 전시형 롯데이노베이트 AI혁신센터장은 "정부는 AI의 첫 수요를 만들어 주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은 규제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표준을 함께 설계하며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AI 경쟁의 다음 전장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AI와 실물경제의 융합"이라며 "AI를 얼마나 빠르고 깊게 제조·에너지·금융·서비스 현장에 확산시키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경협은 다음달 제주하계포럼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AI) 강국으로의 대도약'을 주제로 AI 시대 기업이 갖춰야 할 미래 경쟁력과 경영 전략을 다룰 예정이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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