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다시 이탈리아행…이재용, 올해만 지구 한 바퀴 반 돌아

中·美·독일·이탈리아 종횡무진…AI·반도체·전장 챙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는 모습. 2026.5.16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하며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째 해외 경영 행보에 나선다. 중국과 미국, 독일, 이탈리아를 잇달아 찾으며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직접 챙기는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회장이 올 들어 해외 경영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6만㎞가 넘는다. 지구 한 바퀴 반을 돈 셈이다.

중국부터 미국까지…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행보

1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1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관련 일정 이후 약 4개월 만의 이탈리아 방문이다.

올해 이 회장의 해외 일정은 새해 벽두부터 이어졌다. 1월에는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중국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협력사들과 만났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같은 달 말에는 미국 워싱턴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첫 해외 전시 기념 갈라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도 함께했다.

1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 갈라 디너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9 ⓒ 뉴스1

2월에는 이탈리아를 찾아 동계올림픽 관련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2년 만에 스포츠 외교를 재개했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글로벌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어 3월에는 독일 등 유럽을 방문해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 경영진과 만나 전장과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을 만나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및 전장 협력 의지를 다진 바 있다.

4월엔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대규모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삼성혁신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방문까지 포함하면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중국과 미국, 독일, 베트남,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사실상 매달 해외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공개된 일정만 이 정도…해외 체류 잦아진 총수

재계 안팎에서는 공개된 일정 외에도 상당 기간 해외에 머물며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를 만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대규모 파업 사태가 예고됐을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지만 일정을 조정해 급거 귀국했다. 이후 직접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으며 노사 간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해외 출장 때문이었다. 황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달아 만난 것과 달리 이 회장은 해외 체류 중이어서 직접 만나지 못했다.

대신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황 CEO와 회동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 뉴델리 영빈관 오찬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도 노이다 공장에 생산된 '갤럭시 Z플립7'으로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20 ⓒ 뉴스1 이재명 기자
AI·반도체 경쟁 심화 '현장 경영'으로 고객과 파트너십 강화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 회장이 주요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직접 챙기는 현장 중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AI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장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사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탈리아 순방 경제사절단 동행 역시 유럽 내 사업 협력 확대와 신규 기회 발굴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에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럭셔리 자동차 업체는 물론 ST마이크로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포진해 있다. 전장과 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 회장 입장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비며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챙기고 있다"며 "향후 해외 경영 행보는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