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앱 1만개, 회의 정리 40% 단축"…AX 효과 확인 '열풍'

'허태수 뚝심' GS, 그룹 차원 AI 활용 격려…삼표, 투자 강화
삼성·SK, AI 집중 교육…사장단·경영진, AI로 업무 재설계

허태수 GS그룹 회장(왼쪽 셋째)이 지난해 9월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GS그룹 해커톤에서 참가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GS그룹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자체 개발한 앱만 1만개, 회의 정리 시간 40% 단축"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전환(AX)가 빨라지고 있다. AI 도입 이후 효율성 향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진두지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과 SK, GS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 그룹까지 AX를 최대 중점 과제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AX에 뒤처질 경우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절박함도 묻어난다.

GS, AX로 미래 경쟁력 강화…전 계열사서 업무에 AI 도입

10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AI의 진정한 가치는 현장에서의 활용에 있다'는 관점으로 AX(인공지능 전환)를 일찍부터 추진하고 있다. AI 전문가와 현업 구성원의 경계를 허물며 그룹 전체의 AX 실행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GS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구성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업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 AX 플랫폼 '미소'(MISO)를 제공하고 있다. 미소는 코딩 지식이 없는 실무자도 아이디어를 대화하듯 입력하면 웹페이지나 업무 툴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GS 임직원이 미소를 통해 자체 개발한 툴은 현재 1만 개에 달한다. 미소 도입 이후 1년간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만 개가 넘는 AI 앱이 만들어졌다. 현재 현장에 적용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앱은 600여 개에 이른다.

AX 추진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현업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AI·IT 전문가 등과 별도 팀을 구성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야 해 통상 8~12주가 소요됐다. 이제는 현업 직원이 AI를 활용해 스스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고도화하며 문제 해결 속도가 빨라졌다.

GS그룹은 그룹 차원의 혁신 문화 확산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티 '52g'(Open Innovation GS)도 운영 중이다. 52g는 그룹 내 AX의 중심에 있는 조직이다.

GS그룹 각 계열사도 현장 중심의 AX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GS파워는 AI 기반 위험성 평가 자동화 서비스 'AIR'(AI Risk Assessment)를 제작했다. 작업명과 작업설명만 입력하면 생성형 AI(GenAI)가 작업 공정을 자동 생성하고 단계별 잠재 위험요인과 안전대책, 위험등급까지 도출하는 현장 특화 설루션이다.

GS E&R은 AI 기반 '풍력 발전량 예측 설루션'을 상용화해 업계 최초로 AI 머신러닝으로 오차율 한 자릿수를 달성했다.

이 밖에 △GS그룹의 아이디어 경연 'GS그룹 해커톤' △GS칼텍스의 '디지털 & AI 트랜스포메이션'(DAX) △GS건설의 OpenAI 기업용 AI 설루션 'ChatGPT Enterprise' 등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AI 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런 변화는 AI 산업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가져온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허 회장은 지난해 3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출범한 'AI 혁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 AI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과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표,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안전 관리도 AI로

삼표그룹은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과 디지털 혁신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인 '제미나이(Gemini)' PRO 버전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단순한 검색 툴 제공을 넘어,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을 AI 기반으로 고도화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다.

실제 일부 부서에서는 사전 테스트 기간 중 회의 정리 시간이 평균 40% 이상 단축됐으며 반복적인 문서 작성 업무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초소재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 AI 안전 시스템 ARS를 개발·도입했다. 이는 관제 시스템과 로봇을 연동해 상호작용하며 능동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인천 레미콘 공장에 ARS를 적용해 작업자의 안전장비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인천, 김해, 세종, 화성 등 전국 4개 모르타르 공장에 '가디언-알파 AI' 시스템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작업자가 안전모, 하네스, 안전고리 등 보호장비를 미착용하거나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구역에서 단독 작업이 감지될 경우 즉시 관리자에게 경고 알림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삼표그룹은 임직원이 직접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내 AI 포상제도'(삼표그룹 AI 대전)도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2026 임원 리더십 포럼'을 개최해 전 계열사 임원진 약 70명이 모여 AI 기술 동향 파악 및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삼성 관계사 임원들이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AI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 (삼성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9 ⓒ 뉴스1
삼성·SK, CEO부터 AX 체화…'AI 속도전' 위기의식 공유

삼성그룹과 SK(034730)그룹 역시 AX 추진 방안을 공유하고 그룹 차원의 AX 가속화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삼성은 이달 중 제미나이(Gemini), 챗지피티(ChatGPT), 클로드(Claude)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도 공식 도입한다. 보안에 철저한 삼성이 외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 관계사에 AI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또 관계사 전체 사장단 50여 명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Boot Camp'를 실시한다. 삼성이 전 사장단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최초다. 경영진부터 AI를 직접 다루고 업무에 체화하는 실습형 교육이다.

삼성은 사장단과 임원 교육을 전사적 AX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고 경영진이 AI를 기반으로 업무를 재설계하고 조직 혁신을 이끌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SK그룹은 11~13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2026 New 이천포럼'을 연다. 경영진과 임직원이 2박 3일간 AX 방안에 대한 집중토론에 나선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멤버사 CEO 등 경영진 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포럼은 경영진이 첫날 AI 관련 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토론을 하고 둘째 날 직원들이 AX에 대한 진솔한 목소리를 내고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날 경영진이 이틀에 걸친 치열한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AX 가속화에 뜻을 모으고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SK 관계자는 "임직원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