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오늘 방한…'제조업 강국 韓, 엔비디아 피지컬 AI 최적 파트너'

주요 그룹 총수와 회동…피지컬 AI 검증 파트너로 한국 기업 점찍어
韓, 피지컬 AI 제조 현장 투입 환경 갖춰…전력 인프라도 '탄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GTC 타이베이’ 키노트 연설을 통해 차세대 AI 칩 'N1X'를 공개하고 있다.2026.6.1 ⓒ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김성식 기자

피지컬 AI로 다음 스텝을 가져가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선 제조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가 협력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엔비디아와의 협업은 글로벌 AI 생태계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4일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10월 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CEO Summit(서밋) 참석차 방한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업계에선 피지컬 AI로 영역을 확장 중인 엔비디아 입장에서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로 꼽히기에 우리 기업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구상하는 피지컬 AI 생태계에서 우리나라도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젠슨 황, 7개월여 만의 방한…韓 제조업 역량 주목

인공지능(AI) 시대의 황태자인 황 CEO가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이날 오후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한국 방문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황 CEO 발언과 예상 동선을 볼 때 이번에는 자율주행, 로봇 등의 피지컬 AI가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황 CEO는 대만에서 "로보틱스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GPU, AI 가속기 등에 집중했던 엔비디아는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황 CEO는 올해 GTC에서 피지컬 AI 전용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코스모스 3'을 공개했다. 가상 세계에서 물리적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이해하는 월드 모델인데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의 기반이기도 하다. 로보틱스 분야에선 휴머노이드 개발 플랫폼 '아이직 그루트'의 래퍼런스 로봇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서 검증할 하드웨어를 갖춘 파트너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한국의 제조업 역량을 주목했다고 분석했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는 "피지컬 AI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제조업 생태계를 제일 잘 갖추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며 "(황 CEO가 한국 기업과) 협업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AI는 결국 생태계 경쟁인데 우리나라가 제조업과 AI 관련 알고리즘 생태계 구조가 가장 잘 갖춰졌고 (경쟁국인) 중국과는 협업이 어렵다는 정무적인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소 연구위원은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사업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선 GPU도 중요하지만 전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전력 부족으로 마음대로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클라우드 사업 등에서 벗어나 피지컬 AI로 확장하는 것이 엔비디아에서 꼭 필요한데 제조업에서 (강점이 있는 우리 기업이) 엔비디아의 필요에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10.30 ⓒ 뉴스1 김진환 기자
"엔비디아, 플랫폼은 있지만…한국, 제조 현장 투입 환경 갖춰"

특히,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하는데 이들 기업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협업을 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황 CEO는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할 계획이다. 또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 대표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일에는 마지막 일정으로 국내 로봇·AI 스타트업 대표 및 연구진 등과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의 경우 엔비디아에 필요한 AI 반도체의 주요 파트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황 CEO가 띄운 'AI 팩토리' 생산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팩토리 분야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조 공정, 물류 현장 투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기술 플랫폼도 적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그룹을 최적의 파트너로 볼 수밖에 없다.

LG전자 역시 로봇 분야 투자를 확대 중이다. LG전자는 AI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개발했고 로봇의 관절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기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에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학습, 맞춤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네이버도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에서 필요한 풀스택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손병희 국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제조 라인에 로봇을 투입하려고 하고 기술도 확보했기에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 협력 가능성이 크다"며 "엔비디아가 로봇의 지능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은 갖고 있지만 제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환경은 한국 (기업)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탄탄한 전력 인프라 역시 황 CEO가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곽 교수는 "거대언어모델(LLM) 협력을 할 때 전력이 중요한데 대만은 전력 기반이 약해 생산능력(CAPA·캐파)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력 인프라 구조가 탄탄해 협력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잭 잭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과 아야 더빈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응용전략 담당이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6 ⓒ 뉴스1 황기선 기자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하면…韓, AI 소비 시장보다 생산 거점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강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전체 AI 생태계 구조 내 밸류체인을 갖출 수 있는 기회 요인"이라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화(化)되지 않을 중요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엔비디아를 통해 전체 AI 생태계 구조에서 우리도 한 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한국이 AI 소비 시장보다는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앞으로 엔비디아에 상당히 의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부터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휴머노이드 로봇 등 모든 것이 엔비디아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엔비디아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엔비디아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가 대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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