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울 배가 없다"…선사들, 단납기·중고 유조선에 '웃돈 경쟁'

대한조선, 수주價 5개월만에 12.3%↑…'2년 반 납기' 매력
수급 불균형 지속…운임·용선료 급등에 중고선가 '역전'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 뉴스1 박영래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원유 운송에 당장 투입할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조선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선주사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납기가 빠른 선박에 웃돈을 얹어주는 '단납기 프리미엄'은 물론 중고선 가격이 신조 선가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친환경 기조에 따라 그간 유조선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기조에 따라 수요는 계속해서 느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에는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에즈맥스 유조선, 5개월 만에 1259억→1414억원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439260)은 최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15만 7000DWT(재화중량톤수)급 수에즈맥스 원유 운반선 2척을 총 2828억 원에 수주했다. 1척에 1414억 원으로 이는 올해 회사가 수주한 선박 중 최고가다.

반면 올해 처음으로 1월에 수주한 계약의 경우 같은 선종 2척을 2518억 원에 건조하기로 했다. 1척에 1259억 원이다. 5개월여 만에 가격이 12.3%가량 뛰었다. 해당 기간의 달러·원 환율 상승을 감안해도 선가 상승 폭은 9.2%에 달한다.

유조선 신조 가격 상승은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신조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1억 3050만 달러(1978억 원)로, 올해 초 1억 2800만 달러(1939억 원)에 비해 2%가량 상승했다.

비교적 작은 5만1000DWT급 유조선의 경우 4900만 달러(742억 원)에서 5100만 달러(773억 원)로 4.1% 올랐다.

이처럼 대한조선의 수주 단가 상승률이 시장 상승 폭을 웃돈 것은 '단납기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배를 빠르게 납품하는 대신 웃돈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조선이 최근 수주한 선박의 인도일은 2028년 12월로 인도에 걸리는 기간이 2년 6개월에 불과하다. 통상 선박이 인도까지 3년가량 소요되는 점, 국내 조선사 도크가 포화 상태인 점 등을 감안하면 납기가 빠른 셈이다. 올해 1월 수주한 선박의 경우 인도일이 2028년 11월로 납기는 3년 정도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선사들 사이에선 도크를 선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현재 2029년 말까지 건조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공정 기간 단축으로 2028년 잔여 슬롯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척의 선박이 25일(현지시간) 정박하고 있다. 오만 북부에 위치한 무산담에서 본 호르무즈 해협. 2026.5.25 ⓒ 로이터=뉴스1
운임 548%↑·용선료 80%↑…중고선가>신조선가

선주사들이 유조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각국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추가 공급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는 유조선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간 친환경 기조 강화로 선주사들이 유조선 발주를 줄여왔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여파로 최근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 점 역시 유조선 확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한 수급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유조선 운임 지수인 월드스케일(WS)은 지난해 말 58에서 지난달 말 373으로 5개월 만에 548% 급등했다.

배를 빌리는 용선료 역시 급등했는데, 최신 VLCC의 경우 하루 용선료가 지난해 말 6만 5500달러(9875만 원)에서 지난달 말 11만 6750달러(1억 7738만 원)로 78% 증가했다. 노후 VLCC의 경우에도 5만 8000달러에서 10만 6500달러로 84% 올랐다.

운임과 용선(대여)료가 급등하면서 선사들은 '당장 쓸 수 있는 배'를 찾는 데 혈안이다. 이에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따라잡거나 앞지르는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VLCC 중고선가는 1억 4500만 달러(2203억 원)로 신조선가 대비 11%가량 높았다.

선사들은 전쟁이 끝나도 유조선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중동 이외로 에너지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유조선 톤마일(수송거리×화물 중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국내 조선업계의 유조선 수주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한화오션(042660)의 경우 올해 전체 수주 선박 20척 가운데 10척을 VLCC로 채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 사이에선 건조 중인 선박 계약을 더 비싼 가격에 넘겨받는 리세일 거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선사들이 수급 불균형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보고 발주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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