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피했지만 '성과급 100배 격차' 불씨 남았다

찬성률 극과 극 초기업노조 80.6% 전삼노 21.1%…동행노조 법적 대응

2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73.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총파업 위기 끝에 2026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노노 갈등'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반도체(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진 데다 노동조합 간 갈등까지 겹치며 후폭풍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S "수용 가능"…DX "같은 회사 맞나"

27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임단협 잠정 합의안찬반투표에는 전체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참여해 투표율 95.5%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4만6142표, 반대는 1만6474표로 찬성률은 73.7%였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인력이 주축인 초기업노조에서는 찬성률이 80.6%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성과급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잠정 합의안기준 자사주 형태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 이익성과급(OPI) 등을 포함해 총 6억원 안팎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약 2억원대 보상이 거론된다.

반면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DX 부문의 경우 지급 규모가 수백만 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체감 보상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非)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이 중심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경우 투표에 참여한 7283명 중 21.1%에 불과한 1536명 만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반도체 업황 회복 수혜가 DS 부문에 집중되면서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체감 보상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이것이 이번 찬반 분위기 차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비반도체,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의 박재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민지 기자
노노 갈등 격화…DS·DX 교섭 분리론까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 내부의 '노노 갈등'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DX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동행노조는 향후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아예 노조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LSI·파운드리 개선을 중심으로 계획하고 있고 DS·DX 교섭 분리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부별 이해관계 차이가 벌어지면서 향후 교섭 구조 자체가 분리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삼성전자 특유의 '원 삼성'(One Samsung) 문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사업부 간 이해관계 차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즉각적인 성과 보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조직 결속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총파업 리스크는 넘겼지만, 사업부 간 보상 체계와 조직 신뢰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향후 성과급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운영하느냐가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