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잭팟' 커패시터 뭐지?…AI 호황, 반도체 뒤 이을 전자부품은?
AI 인프라 부품 분야도 슈퍼 사이클…GPU·HBM 넘어 '새 격전지'
삼성전기·LG이노텍 앞장…AI 생태계 부품 분야 싹쓸이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삼성전기(009150)가 최근 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AI(인공지능) 시대 초호황이 반도체에 이어 전자부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반도체 칩 자체를 넘어 전력 효율 극대화와 인프라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돼 관련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손실을 막는 고용량 MLCC와 파워 인덕터, 데이터 병목을 방지하는 고부가 패키징 기판도 주목받고 있다. 또 데이터 전송과 발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광통신 네트워크, 수랭식 냉각 기술도 뜨는 산업이다.
AI 산업의 성장이 테크 시장 전체의 구조 변화를 이끌면서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공급망 관리가 업계에 정착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1조 57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13.8%에 이르는 대규모 계약이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고성능 AI 반도체의 전압 불균형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얇게 제작되는 초소형 부품이다. 고온과 고주파 환경에서도 정전 용량 변화율이 극히 낮아 AI 가속기 구동에 필수적이다.
글로벌 AI 산업은 GPU, HBM을 지나 인프라 전력 효율 극대화 분야로 확대됐다. 전력뿐만 아니라 패키징, 통신, 냉각을 아우르는 토탈 AI 인프라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실리콘 커패시터 대규모 공급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미 전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용량 MLCC 수요가 먼저 높아졌다.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가 주도하는 이 시장은 고부하 환경을 견디는 하이엔드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급격한 전류 변화를 억제하는 파워 인덕터 역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시스템 각 부분에 필요한 전압과 전류를 정확히 변환하고 분배하는 전력 관리 반도체(PMIC)와 파워 모듈의 중요성도 커졌다.
AI 서버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 시장은 연일 공급자 우위의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여러 AI 칩을 하나로 묶어 데이터 병목 현상을 방지하는 대면적 고다층 패키지 기판 양산에 나섰다.
서로 다른 칩 사이를 초미세 회로로 연결해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패키징 부품도 핵심으로 떠올랐다. 칩 성능이 높아질수록 첨단 패키징 역량이 반도체의 최종 데이터 처리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GPU와 HBM을 결합하는 실리콘 인터포저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판과 칩 사이에서 원활한 연결을 돕는 실리콘 형태의 기판을 의미한다.
막대한 데이터를 서버 간에 전송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도 전기 신호에서 '빛'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기존 구리선을 대체하는 광섬유와 광케이블은 발열과 전력 소모가 없어 LS전선, 대한전선 등 전선 업계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AI 서버의 극심한 발열을 잡기 위한 방열과 냉각 부품을 확보하는 것 역시 업계 과제로 떠올랐다. 칩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기존 공랭식을 넘어선 액침 냉각과 수랭 모듈 부품 수요가 늘고 있다. LG전자와 슈퍼마이크로 등은 고효율 방열 부품과 차세대 냉각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며 전방위적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욱 팀장은 "AI가 산업 전체 협상력의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빅테크 등 고객사는 메모리 쇼티지를 겪으면서 부품 조달과 공급망 관리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면서 "기판, 전력, 네트워크, 핵심 소재까지 광범위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 장기공급계약(LTA), 선급금, 공동 투자와 같은 리스크 공유 모델이 메모리를 넘어 테크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공장 건설 지원금, 장기 구매 확약, 구매 대금 위탁 등 처음 보는 수준의 공격적 조달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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