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에 5조 더" 제안했지만…삼전 노조 협상장 박차고 나왔다
중노위, 영업익 12% 성과급 중재 시도…노조 "퇴보" 퇴짜
정부, 대화 통한 해결 촉구…재계,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화' 우려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회사가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의 경고대로였다. 중앙노동위가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2%'로 상향 조정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노조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 고정 제도화'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조 원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성과급이 약 5조 4000억 원 늘어난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액도 노조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노사를 향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고 노사 모두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과급 제도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밤샘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성과급 갈등 해결을 위한 사후 조정이 결렬됐다.
14일 중노위 등에 따르면 사후 조정이 개시된 11일 사측과 노조는 중노위에 입장을 전달했고 12일에는 중노위와 검토안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틀에 걸쳐 28시간 30분간 진행된 마라톤협상이었다.
사후 조정 둘째 날 중노위는 검토안을 제시했다. 중노위는 검토안으로 DS부문에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50%를 유지하면서 특별포상으로 OPI 외에 추가로 영업이익의 12% 재원을 부문 공통 7대 사업부 3으로 배분하게 했다. 삼성전자 사측이 기존에 제시한 영업이익 10%보다 진일보한 셈이다. 노조가 요구한 15%와 사측이 제시한 10% 사이에서 절충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사측 제안보다 성과급이 5조 원 이상 추가된 셈이다.
사측은 또 특별포상의 경우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양보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견해차가 큰 적자 사업부가 흑자로 전환하면 추가 보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사측은 중노위의 검토안을 살펴본 후 중노위에 회사의 입장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협상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사측이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제도화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오늘 회사가 제도화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노위가 제시한 검토안에 '제도화'가 담기지 않자 "퇴보한 안건"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전날 조합원 커뮤니티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잠정 합의 안 하더라도 조합원 투표를 올리면 안 되냐는 헛소리를 했습니다'라며 '그냥 글러 먹었습니다'라는 과격한 글을 올리는 등 중노위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의 '영업이익의 N% 성과급 고정 제도화' 요구가 워낙 거세지만 사측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협상 결렬'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측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영업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면 투자 결정에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또 우리나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노조의 요구대로 제도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영업익 15%의 성과급을 제도화하면 비슷한 요구가 사업장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도화'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고수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까지 나서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제도화' 문제 해결 없이는 물밑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로 고정을 했고 제도화했다"며 "저희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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