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름값 정말 비쌀까?…해외 주요국과 가격 비교해 보니

4월 1주 OECD 23개국중 한국 휘발유·경유 가격 日 다음 낮아
한국, 중동 전쟁 이전에도 기름값 최저 수준…"경쟁력 우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2026.4.2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내 기름값이 크게 올랐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와 함께 정유사 및 직영주유소의 협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이 높은 수준의 정제 능력과 고도화 설비 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000원을 훌쩍 넘어서는 나라가 속출했다. 한국은 4월 중순에 들어서야 2000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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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가, 중동 전쟁 전후 모두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이 집계한 4월 첫째 주 기준 OECD 23개국의 범용 휘발유 가격을 살펴보면 한국은 리터 당 1894.4원으로 일본(1599.9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3위 캐나다(1949.4원)를 포함해 3개 국가만 2000원 미만이었고 4위 헝가리부터는 2664.6원으로 격차가 컸다. 네덜란드(4044.5원), 덴마크(3867.8원), 독일(3697.8원), 프랑스(3481.5원) 등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세후 가격으로 세금을 제외한 세전 가격 기준으로는 한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세전 가격은 리터당 1028.5원으로 23개국 중 최저가 1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 세전 가격과 비교해도 한국의 세전 가격은 무려 562원이나 쌌다.

한국(옥탄가 91~94), 일본(89), 캐나다(87), 뉴질랜드(91)는 보통휘발유를 범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통상적으로 옥탄가 95RON 이상의 휘발유가 사용된다. 이는 국내 고급휘발유와 유사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고급휘발유 기준으로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한국은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한국의 고급휘발유 가격은 2198.2원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인 일본(1700.5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경유 가격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4월 첫째 주 기준 경유 가격(세후)은 일본이 1494.6원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으며 한국(1886.4원)은 최저 2위, 캐나다(2518.5원)는 최저 3위로 확인됐다.

경유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4268.3원)였으며 덴마크(4081.2원), 독일(3961.2원), 핀란드(3934.1원), 벨기에(3856.3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중동전쟁 이전에도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2월 넷째 주 기준 OECD 23개국 휘발유 가격을 살펴보면 한국은 리터당 1691.3원으로 일본(1470.5원), 캐나다(1475원)에 이어 최저가 3위였다. 이들 3개국 모두 보통휘발유 기준이다. 한국의 휘발유 세전 가격은 리터당 844원으로 23개국 중 압도적인 최저가 1위였다.

고급휘발유로 비교해 봐도 일본(1571.5원), 캐나다(1769.8원), 한국(1930.1원)만 2000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가장 비싼 국가는 네덜란드(3524.1원)였으며 덴마크(3313.4원), 독일(3118.1원) 등 순이었다.

2월 넷째 주 기준 경유 가격 역시 일본(1359.1원), 한국(1594.1원), 뉴질랜드(1608.4원), 캐나다(1757.1원) 순으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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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 능력·설비 고도화…정유 업계, 가격 경쟁력 확보

국제유가 급등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와 정유사 및 직영주유소의 협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최고가격제를 발동해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며 소비자 부담 억제에 나섰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에 발맞춰 공급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

특히 국내 정유사는 △높은 수준의 정제 능력 △고도화 설비 투자 △최적의 입지 △글로벌 품질 수준 유지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임에도 OECD 23개국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내수 시장에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정제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4개 정유사의 총 정제 능력은 하루 336만 배럴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5위권 내 3개가 국내 정유사 정제공장이다.

대규모 설비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고 이는 원유 도입부터 제품 생산까지 단위 비용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 된다.

원유를 정제해 나온 벙커C유 등 저부가가치의 제품을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국내 정유사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34조 원을 설비 고도화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수출 금액은 전체 수출 품목 중 반도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비산유국임에도 세계 5대 석유제품 수출국 반열에 오른 비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출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동시에 OECD 국가 중 최저가 수준의 국내 공급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