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대체재 '얀부항 포화'…원유 선적 '번호표 뽑고 대기'

사우디, 동서 송유관 연결…하루 700만 배럴 물량 한계
유럽향 위주 홍해에 아시아 수요 몰려…"이미 완전가동 중"

한 유조선이 바다 위에 떠 있다.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얀부항이 대안으로 급부상했지만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원유 확보 수요가 집중되면서 선적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밀려드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선적 신청에 대해 자체적인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순번을 배정하고 있다. 빠른 순번을 배정 위해서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얀부항, 라스타누라 대비 인프라 열악…드론 위협까지 가중

15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있는 압카이크 정유소에서 출발해 서부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길이 1200㎞ 동서 횡단 송유관(페트로라인)을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담당하던 아시아향 물량을 얀부항이 전면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럽향 수요에 더해 아시아향 수요가 가세하면서 얀부항에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주로 원유를 공급받던 동부 라스타누라항은 하루 65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선적하며 초대형 유조선(VLCC) 수십 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반면 서부 얀부항은 주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향하는 제한적인 물량을 처리해 와 접안과 하역 능력이 라스타누라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프라를 갖춘 얀부항에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원유 확보 수요가 집중되면서 선적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대한 공급을 추진 중인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밀려드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선적 신청에 대해 자체적인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순번을 배정하고 있다.

특히 인근에 있는 하루 40만 배럴 처리 규모 삼레프 정유소가 드론 공습 타깃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홍해 연안마저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등에 따르면 사태 발생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글로벌 원유 물동량은 하루 평균 약 1500만~2000만 배럴에 이른다. 얀부항 등 우회로를 통한 실질적인 원유 수출량은 500만 배럴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서 파이프라인은 용량 자체가 적고, 입구 인근에 예멘 반군이 주둔하고 있어 원유 도입이 쉽지 않다는 말이 계속 있었다"면서 "해당 라인은 이미 완전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지역에서 서쪽 얀부항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동서 파이프라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VLCC 1척당 4~5일 공장 가동…한 달에 최소 6~7척 필요

통상 200만 배럴 규모 VLCC 한 척은 국내 대형 정유공장을 4~5일 가동할 수 있는 원유 물량을 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평소와 유사한 안정적인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당 한 달에 최소 6~7척의 초대형 유조선 물량을 지속해서 공급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한 정유기업은 4월분 물량을 얀부항에서 받아서 국내로 이송 중이다. 다른 정유기업은 5월분을 받아서 국내로 옮길 예정이다.

얀부항에서 선적을 마친 후 우리나라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0~23일에 이른다. 얀부항에서의 물류 지연은 4월 말 이후 국내 원유 도입 일정에 직접적인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직접 중동 중질유 수급뿐만 아니라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통해 중동이 아닌 지역에서 경질유 등을 구입한 후 비축유 중 중질유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통해 국내 정유 정제시설에 적합한 중질유를 수급하고 있다"면서 "다만 어느 정도 물량, 언제까지 이렇게 유지할 수 있을지 파악이 어려우므로 중질유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에 협조 중"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1번)을 통해 중동산 원유를 수급하던 아시아 국가들이 홍해(2번) 항로를 활용해 원유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