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강화하면 '사용자성 인정'…재계, 노봉법 판단 "우려 현실로"

안전관리 '지배력 인정' 근거 판단…"요구 확대 걱정"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신현우 기자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정부 판단이 나오면서 재계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 관리가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가 되면서 안전 관리가 위축되고 무분별한 교섭 요구가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공공연대노조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 신청'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공고 명령을 내렸다.

재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원청의 안전 관리가 실질적 지배력 인정 근거가 됐다는 점이다. 재계는 그간 법령상의 안전 의무 이행이 사용자성 판단의 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 당연히 시행해야 할 조치인 안전 조치를 시행할수록 파업 리스크가 커지는 모순적인 구조라고 지적해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법 해석지침안 논의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령상 의무 이행이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지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원청이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하청의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한 시혜적 조치를 이유로 사용자성을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전 관리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폭넓게 확대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재계 우려 사항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령으로 원청에 각종 안전관리 의무가 부가된 만큼, 하청업체나 하청 노동자에 안전 지침을 하달하는 등 과정에서 근거가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안전 관리 쪽이 아무래도 사용자성을 인정 받기 용이할 수 있다"며 "하청 노조들이 이쪽을 고리로 사용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교섭 테이블을 만들려 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선 교섭 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지고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만연한 상황"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도록 해 놓고 노란봉투법 해석을 이렇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노란봉투법 시행 3주 만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사건은 260건을 넘어섰다. 교섭요구 공고 관련 시정 신청은 1주차 5건에서 2주차 44건, 3주차 104건으로 급증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사례는 시행 이틀 만에 원청 사업장 기준 248곳에 이르렀다.

교섭 요구를 받은 업체들은 공고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주요 기업 가운데에는 현재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포스코 등이 교섭 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이 중 포스코는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공고를 게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별도 교섭단위를 구성해 원청과 각각 교섭하겠다며 분리 신청을 제기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분리 신청에 대해 오는 8일에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사례라 특히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복수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원청과의 교섭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판가름할 수 있는 첫 사례란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096pag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