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 공유라 불린다"…통합의학으로 치료를 '디자인'하는 수의사

[인터뷰]박정연 경인동물의료센터 원장

박정연 경인동물의료원 원장이 포메라니안 종 반려견에게 전침 치료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요즘은 보호자와 함께 반려동물 치료 방법을 '디자인'합니다."

박정연 경인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최근 반려동물 진료의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복합질환과 만성질환을 가진 노령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치료법이 아닌 삶 전체를 고려하는 '통합의학' 접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3일 경인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이 병원은 2016년 개원 초기부터 내과, 외과, 한방진료가 협진하는 구조를 갖추며 통합진료를 지향해왔다. 최근 특화병원과 분업화 흐름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같은 진료 체계를 구축해 온 셈이다.

박 원장은 "보호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단순 치료보다 통합적인 관리, 그리고 치료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이 강조하는 핵심은 '치료의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복합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는 특정 치료법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여러 치료 옵션을 두고 보호자의 상황과 환자(환견·환묘)의 상태를 함께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보호자와 상의해 방향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경인동물의료센터 내 재활실. 지난해 이전하면서 한방재활 영역까지 확장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이러한 철학은 한방진료와 재활의학 강화로 이어졌다. 기존에는 통증 관리 중심이었다면, 지난해 병원을 이전하면서 한방재활 영역까지 확장했다. 보다 적극적인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반려동물이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량 감소와 운동성 저하가 두드러지는 만큼 사람의 재활의학처럼 기능 회복과 유지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박 원장은 2014년 미국 치 유니버시티(Chi University) 침치료인증수의사(CVA) 과정을 수료하고 2016년 자격을 취득했다. 국내 수의사로서는 두 번째였다. 현재는 치 코리아 교육 과정에서 실습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노령동물 증가에 따라 기존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한방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동양의학을 오히려 미국 시스템에서 배우면서 개념을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연 경인동물의료센터 원장은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이 병원의 또 다른 축은 '건강검진'이다. 반려동물은 통증이나 이상을 직접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은 "매년 재검진을 통해 검사 결과를 계속 쌓아가면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고 그만큼 관리의 정확도도 높아진다"며 "이런 점에서 보호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인동물의료센터는 올해에만 150건 이상의 검진을 진행했다.

검진 과정도 차별화했다. 기본 문진부터 신체검사, 소견서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 원장이 직접 수행한다. 검체 채취 후 결과는 진단검사 전문기관 '그린벳(GreenVet)'과의 협력을 통해 다음 날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신속하고 정밀한 검사 결과는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검진은 자연스럽게 한방진료와 재활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 원장은 "노화로 인한 단순 변화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실제로는 디스크나 관절 질환인 경우가 많다"며 "검진과 신체검사를 통해 문제를 확인하면 통증관리, 침치료, 재활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경추 디스크로 인한 사지마비로 걷지 못하던 보스턴테리어 종 반려견이 박정연 원장의 침 치료를 받고 수술 없이 보행을 회복했다(경인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경추 디스크로 인한 사지마비로 걷지 못하던 보스턴테리어 종 반려견이 박정연 원장의 침 치료를 받고 수술 없이 보행을 회복했다. 영상은 약 5회차 침 치료 받은 후 걷는 모습(경인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실제 임상에서도 이러한 통합 접근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추 디스크로 사지마비 상태였던 보스턴테리어가 양방과 한방을 병행한 치료를 통해 수술 없이 다시 걷게 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특히 신경계 및 근골격계 질환 환자에서 침치료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박 원장의 세심하고 차분한 진료 스타일에 대한 보호자 신뢰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수의계 공유'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침 치료를 받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박 원장은 "한방의학은 몸의 균형을 맞추는 접근"이라며 "침과 한약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 의료는 '완치'에서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는 "노령 환자의 증가로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경우는 줄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이럴수록 보호자와의 소통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자들에게도 당부를 전했다. 그는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도 중요하지만 관찰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이 많다"며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박정연 경인동물의료센터 원장 ⓒ 뉴스1 한송아 기자

인터뷰 말미, 수의사로서의 고민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박 원장은 "진료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보호자의 감정을 마주할 때"라며 "냉정하게 판단해 마지막 선택을 설명하는 것도 수의사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 순간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동물과 보호자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해피펫][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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