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후 엔진 가동 최소화, 싼 공항서 가득 급유"…조종사도 기름 쥐어짠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경제비행' 당부…지상서 엔진 끈 상태와 비슷하게 이동
"빠른 활주로 진입 요구…항공유 저렴한 공항서 필요한 양보다 많이 채워"

제주항공이 2021년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설치한 항공기 '737MAX' 조종실 시뮬레이터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항공 제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1.9.2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착륙해서는 엔진을 사실상 끈 상태와 비슷하게 최소 출력으로 게이트로 이동합니다. 착륙할 때도 최대한 선회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활주로 배정을 여러 차례 요청합니다"

고유가에 현장 조종사들도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항공사들이 잇달아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 방울이라도 기름을 아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관제 기관에 신속한 활주로 진입 허가를 요청하고 착륙이 끝난 다음에는 엔진 가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값싼 주유소를 전전하는 자가용 운전자처럼 항공유가 저렴한 공항에 기착할 경우 가득 급유하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 노사, 고유가 극복 '맞손'…"현장 실천이 재무건전성 버팀목"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020560) 조종사노동조합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항공기 운항 시 △경제 비행 준수 △지상 조작 효율화 △적정 연료 탑재 △비행 계획 최적화 등을 당부했다. 항공사 비용 지출의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를 감축하기 위해서다.

노조 관계자는 "비행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효율은 우리가 만들어갈 경쟁력"이라며 "운항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이 재무 건전성을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직 아시아나항공 기장은 "최근 회사와 노조로부터 '싱글 엔진 택시-인'(Single Engine Taxi-In)을 해외 공항에서도 적극 시행해달라는 권고를 받았다"며 "착륙을 마친 뒤 게이트로 이동할 때는 엔진 힘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엔진 2개 중 1개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는 지형지물이 익숙한 인천공항에서만 사용하란 권고가 있었지만, 이제는 안전이 확보된 상황을 전제로 해외 공항에서도 기장의 재량 아래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연료비 절감을 호소한 건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자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손을 맞잡은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5일부로 비상경영에 돌입, 불요불급한 지출을 재검토하고 탄력적인 공급 운영을 극대화하고 있다.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항공유가 급등하자 국적 항공사 중 티웨이항공(091810)에 이어 두 번째로 긴축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부터는 대한항공(003490)을 포함한 한진그룹 전 계열사로 비상경영이 확대되면서 현재 12개 국적 항공사 중 6곳에서 비상경영을 시행 중이다.

국적 항공사 일제히 유류비 절감 안간힘…"노력만으론 한계, 정부 지원 절실"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국적 항공사 6곳도 유류비 절감 노력과 지출 구조조정 등의 방식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항공사 부기장은 "비상경영 체제는 아니지만 최근 유류비 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사내에 신설됐다"며 "기장들에게 비행 과정에서 유류 사용량을 줄이는 수칙을 준수했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니 조종사들도 공항 인근에서의 대기 비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착륙 전 관제탑에 빠른 활주로 진입 허가를 요청하는 이른바 '다이렉트'(Direct)를 자주 수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항마다 다른 항공유 가격을 활용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유가가 낮은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필요한 양보다 많은 연료를 미리 채워, 유가가 높은 도착지에서의 재급유를 줄이는 일명 '탱커링'(Tankering)이다.

B 항공사 부기장은 "현지 공항 항공유가 인천공항보다 비쌀 경우 인천공항에서 급유량을 늘리고, 현지 공항 항공유가 인천공항보다 저렴할 경우 현지에서 가득 급유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료 탱크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연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탱커링이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항공유 시세 차익과 운항 거리, 급유량을 모두 감안하는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적정 연료 탑재'를 강조한 이유다.

다만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현장에서의 연료비 절감 노력도 한계가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체크리스트 작성을 강제하는 방식은 자칫 연료비 절감 압박으로 이어져 현장 조종사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노선을 유지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구조에 직면했다. 수익 논리로는 적자 노선에 대한 단항까지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국민 이동권을 지키기 위해선 적자 노선 운항 시 적자 일부 보전하고, 항공사의 항공유 구매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항공사들이 운항편을 줄이고 요금을 인상하는 등의 대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30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3.30 ⓒ 뉴스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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