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이라도"…정유사, 캐나다 찍고 멕시코까지…러시아산 검토
韓 원유 수입, 중동산 비중 70%…"중동 外 지역 물량 확보 경쟁"
러시아산, 성상 문제 해결 필요…미국산 원유, 중질유 대체 불가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원유 한 방울이 급합니다. 모든 정유사는 지금 비(非)중동산 원유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유사들이 원유 확보를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미국과 아프리카까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태 초기 비싼 가격과 운송 기간 등을 감안해 호르무즈 봉쇄가 풀리기를 기대하며 관망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을 수입해도 미국 정부가 제재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아내면서 한동안 거래하지 않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중동산 원유 비중이 워낙 높았고 이 지역 원유를 정제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원유를 도입할 경우 생산설비를 조정해야 하고 이는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비중동 지역 원유까지 확보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모든 정유사가 원유 수급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중동이 아닌 지역에서 스팟 물량을 확보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원유 수급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고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가 못 오고 있어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에서 원유의 70.7%를 수입하고 있는데 상당수 물량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30%에 달하는 비(非) 중동산 원유 수급 비중을 더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0%에 이르는 중동산 원유가 막혀버렸기에 수급에 문제가 있고 덩달아 다른 지역 국제유가 변동성마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정유사들은 캐나다, 멕시코, 미국, 아프리카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자유로운 지역에서 생산한 원유 수급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원유 확보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전개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원유 수급에 난항을 겪자 정유업계는 최근에는 러시아산 원유 도입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에도 착수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 측과 협의를 한 결과 달러 이외의 통화로 결제를 할 수 있고 2차 제재 적용도 없다는 내용을 확인받았다. 정부는 "정유사가 (러시아산 원유 도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급한 시장 상황을 알고 기업의 원유 수급을 도와주는 것 같다"며 "모든 기업이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나서 미국으로부터 금융 결제와 2차 제재 문제를 해소했지만 정유사 입장에선 러시아산 원유 도입도 만만치 않다. 성상 문제, 신뢰 거래자 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러시아산 원유를 국내에서 수입했던 적은 있다"면서도 "러시아산이 기존의 여러 가지 유종과 배합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 해소 물량이 해상에 선적된 것으로 한정돼 있기에 (성상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은 점은 현실적인 장벽"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실무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단계"라며 "지금 시장에서 접근 가능한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산 원유를 도입한다고 해도 운송 기간도 상당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경질유는 흑해 쪽에서 수송하기에 운송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정유사는 미국산 원유도 추가로 공수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는 중질유보다 가격이 비싼 경질유인 데다 타지역보다 높은 운송비 부담까지 무릅쓰며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높이더라도 중동산 원유의 완벽한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제하는 과정에서 원유를 성상에 맞게 잘 혼합해서 하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 정제 시스템이 중질유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산과 같은 경질유를 투입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본이 되는 중동산 원유가 필요하기에 경질유 비중을 지금보다 높일 수는 있지만 하한선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야 원유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정유업계 모두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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