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자율운항선박 개발 가속화…표준 선점해야"
e-모빌리티 엑스포 '피지컬 AI의 진화' 세미나…IMO 코드 경쟁
"中, AI 기술력 바탕 IMO 표준 개정 요구"
- 박기범 기자
(제주=뉴스1) 박기범 기자 =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원 없이 육상에서 선박을 통제하는 '무인·원격 운항'이 가능해질 경우 분쟁 해역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개발이 빨라지는 만큼 관련 규제와 국제 기준 마련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과 이해관계를 반영한 '표준 선점'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제주에서 열린 e-모빌리티 엑스포 '피지컬 AI의 진화' 세미나에서 "요즘 호르무즈 전쟁 때문에 에너지, 원유 수송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선원들이 안 타고 육상에서 선박을 운항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AI) 시대에 이런 선박 개발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자율운항선박 도입의 필요성을 경제적·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강조했다. 그는 "선박 전문가 한 명을 육성하는 데 10억 원이 들고, 미국 기준 사회적 가치는 인당 100억 원을 상회한다"며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선박 250척에 탄 선원들의 안전 가치만 해도 수조 원에 달하는데, AI가 이를 대체하면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선박은 AI와 센서,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직접 개입 없이 항해하는 차세대 선박으로 해사 안전성과 운항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분쟁 해역과 같은 고위험 구간에서는 무인·원격 운항을 통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기술은 '부분 자율화' 단계다. 대양에서는 자율운항을 적용하고, 항만 진입이나 접안 등 고위험 구간에서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방식이다. 박 연구위원은 "입항이나 접안 단계는 리스크가 크다"며 "당분간은 파일럿이 탑승하는 형태가 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자율운항선박 시대의 핵심 변수로 '표준 경쟁'을 지목했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의 안전·운항·책임 기준을 담은 'IMO MASS Code'를 개발 중이며, 향후 국제 강제 규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표준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 해운·조선 산업 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코드 개발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의 기술개발과 실증, 상용화 및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자율운항선박 특별법'이 2024년부터 시행되며 국내에서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됐다.
문제는 중국이 AI기술력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 3사 개발팀이 코드 제정 과정에 참여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이 반영된 상태"라면서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AI 인력을 양성하며 IMO 표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기술력 대응에 실패하면 향후 10년 내 중국이 만든 룰(Rule)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율운항 확산 과정에서 노동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빌리티 전반에서 노동 대체가 진행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코드를 만들 때도 인적 요소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육상에서 선박을 통제하는 운영자의 자격 요건, 안전 기준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율운항선박은 해운·조선·디지털 기술을 통합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피지컬 AI 기반으로 선원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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