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 들은 아이들, 달라졌다"…동물보호교육 다시 시작될까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 기자 간담회
"생명존중 교육 효과 컸다"…재추진 의지

대한수의사회에서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했던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 현장(대한수의사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다.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너구리,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부터 돼지와 닭 등 농장동물까지. 우리는 다양한 동물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의도치 않게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초등 시기는 공감 능력과 생명 인식이 형성되는 시기로 동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육은 발달과 사회, 범죄 예방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사람과 다른 동물의 신체 구조와 행동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 즉 수의사가 참여할 때 그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수의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동물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은 생명존중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동물을 직접 진료하는 수의사에게서 듣는 생생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며 교육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초등학교에서 진행됐던 '동물보호교육' 사업이 중단된 배경과 재개 가능성에 대해 대한수의사회가 입장을 밝혔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사업"이라며 "가능하다면 다시 시작하고 더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심장 소리 들으며 생명 느꼈다"…현장 체험 교육 효과
대한수의사회가 제작한 동물보호교육 자료 중 일부(대한수의사회 제공) ⓒ 뉴스1

26일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해당 교육은 대한수의사회가 2011년부터 직접 기획해 운영해 온 생명존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의사가 학교를 방문해 강의를 진행하고 교재와 교구를 무상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교재 개발과 전문가 협력수업(co-teaching)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 모델로 평가받았다.

저학년은 '동물과 우리의 생활'을 통해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이해하도록 했다. 고학년은 '유기동물의 슬픔'과 '모두가 지구가족' 등을 주제로 생명존중과 책임 의식을 확장하는 내용을 다뤘다.

무엇보다 수의사가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교육이 핵심이었다. 아이들이 동물의 심장 소리를 직접 들어보며 생명을 느끼는 경험을 통해 교육 효과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 회장은 "아이들이 동물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생명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수의사가 직접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함께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2011년 동물병원 부가가치세 논의 과정에서 마련된 공익사업 예산을 바탕으로 시작돼 2020년까지 약 9년간 운영됐다.

사업 종료 배경은…수의사 참여 교육 필요성 재조명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지난 23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하지만 사업은 지속적인 운영 부담과 예산 문제 속에서 종료됐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교육 확대에 따른 업무량 증가와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삭감 등이 이어지면서 사업 운영의 어려움이 발생했다.

수의사회는 동물보호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협의를 거쳐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수의사 참여 교육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우 회장은 "교육청과 협력해 부교재나 방과 후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었다"며 "다시 시작하려면 교육 현장과 연결된 기반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지만 꼭 다시 시도해 보고 싶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근간은 수의학"…의약품 관리 필요성도 강조

동물복지와 관련한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 회장은 "동물복지의 학문적 기반은 결국 수의학"이라며 "유기동물 진료와 구조, 보호 등 다양한 현장에서 수의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러한 활동을 더 체계화하고 함께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동물용 의약품 유통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동물은 사람과 생리와 질병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약물 사용에 있어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특히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 수의사의 관리 없이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라 동물의 건강과 안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대한수의사회 제공) ⓒ 뉴스1

대한수의사회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육, 제도, 현장 전반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우 회장은 "생명존중 교육은 어릴 때일수록 효과가 크다"며 "학교 교육과의 연계가 중요한 만큼 교육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쉽지 않은 과제지만 수의사가 참여하는 교육을 다시 현장에 연결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대한수의사회는 박철 공보부회장, 설채현 대변인, 이태호 학술홍보위원장으로 구성된 공보 체제를 공식 발표하며 대외 소통 강화 방침을 밝혔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