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이어 LNG마저"…카타르 불가항력 소식에 기업들 '초긴장'

전력·가스 최우선 타격…에너지 다소비 '철강·화학' 2차 충격
반도체 필수 '헬륨' 65% 카타르 의존

4일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에 위치한 셰브론의 엘세군도 정유소 앞바다에 CHIOS 원유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미국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소식에 기업들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원유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거의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카타르에서 들여오는 LNG는 연간 600만톤으로 전체 수입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력·가스는 물론 철강·화학·반도체·조선 등 주력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카타르 불가항력 선언…정부 "확인 결과, 결정된 바 없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24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 여파로 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 불가능한 사유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경우, 그 범위 내에서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조항이다. 해당 조치는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주요 수입국을 대상으로 한 계약에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카타르 측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다만 정부는 이미 카타르산 도입 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시설의 약 17%가 파손됐고, 이 시설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력·가스 '1차 타격'…철강·화학도 '직격탄'

LNG 수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전력·가스 부문에서 나타난다. LNG는 국내 발전의 핵심 연료로 사용되는 만큼 도입 단가 상승은 전력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 압력도 커지면서 산업용 에너지 비용 전반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도 비상이다. 고온 공정 특성상 LNG와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만큼 원가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비용 증가까지 겹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판가에 원가 인상분을 전이하기 어려워 마진이 압착되는 구조가 형성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조업 생존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천연가스 액화 과정에서 회수되는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헬륨이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 CVD 캐리어 가스, 진공 누설 검사 등에 쓰이는 핵심 공정 가스라는 점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기준 한국은 헬륨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며 "당장 심각한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헬륨 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부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용 헬륨은 3개월 물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계는 상대적으로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발주가 예상되던 카타르 시장 물량은 기약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향후 발주 계획들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flyhighrom@news1.kr